'나'를 알아보자, 갭 이어
'나'를 알아보자, 갭 이어
  • 손채영 기자
  • 승인 2017.03.25
  • 호수 14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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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는 시간, 갭 이어
갭 이어는 1960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처음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기 전 자원봉사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는 한 해를 일컬었다. 이후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인턴 등의 여러 활동을 체험하며 적성을 찾고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최근에는 직장인들의 재충전 기간이나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기획하는 기간 등 다양한 연령층에 적용되기도 한다.

우리의 현실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갭 이어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 많은 대학교들이 갭 이어와 관련된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휴학에도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도 질병, 군 복무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1학년 1학기는 의무적으로 마쳐야 한다. 또한 휴학 기간도 3년으로 제한돼있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갭 이어를 가질 수 없다. 이에 대해 학사팀 관계자는 “1학년 1학기에 휴학을 허용하면 타 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기회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3년으로 제한된 휴학 기간에 대해서는 “장기 휴학생의 경우 최신 교육의 흐름에 뒤쳐져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윤배<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갭 이어를 장려한다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여 대학 중도 포기율을 낮출 수 있고, 이에 따라 대학 재정 확보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다른 입장을 표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학생들이 대학 재학 동안 전공을 평균 3~5회 바꾸는데, 갭이어를 경험한 학생은 전공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게다가 2011년 Middlebury College의 연구에 따르면 갭 이어를 경험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GPA(학부 성적 평점)가 높게 유지된다고 한다. 학교 측의 걱정과는 달리 갭 이어를 통해 얻는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의 여러 대학에서 갭 이어를 위한 재정적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외국의 유수 대학들에 비해 아직 그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갭 이어 제도 도입에 따른 재정 지원 문제와 인식 부족 때문에 아직까지 관련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모습
우리나라의 갭 이어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일례로 2014년부터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진로나 적성에 대해 보다 일찍 고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일부 대학에서도 갭 이어를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아주대와 한동대는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설계하고 실행한 것을 증명하면 정규학점으로 인정해준다. 포스텍은 여름방학 기간을 늘려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갭 이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임 군의 갭 이어는 최근에 끝났다. 그는 지난 2월 네팔 히말라야를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갭 이어
초등학교 교사 B씨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기다리던 중 갭 이어를 알게 됐다. 이후 갭 이어 프로젝트에 참여해 30일 동안 프랑스에서 생활했다. B씨는 자신의 갭 이어에 대해 “30일 동안의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주위를 보는 시야가 더욱 넓어졌다”며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고, 인생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임충만<경영대 경영학부 11> 군도 2014년 여름부터 약 2년 반 동안의 갭 이어를 보냈다. 스페인 등 7개국을 여행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오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학우들에게도 갭 이어를 적극 추천했다.
한국갭이어 측 자료에 따르면 갭 이어 참가자들의 95% 이상이 갭 이어를 통해 꿈과 진로를 재설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가자 수도 2013년 991명에서 2016년 450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에 지쳐 ‘나’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자아실현 욕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정형화된 기준에 맞추느라 자신에 대해 알 시간이 부족한 우리에게 갭 이어는 꼭 필요한 기간이다. 그리고 그런 갭 이어는 휴학과 별개로 운영돼야 한다. 학교에서는 일반휴학과 창업휴학이 갭 이어의 취지를 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모두 창업을 꿈꾸는 것이 아니며 모든 학생들이 3년 안에 자신의 적성을 찾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갭 이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국갭이어, 벤자민갭이어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떨까? 물론 갭 이어가 반드시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한 뒤 실천에 옮긴다면 그것 또한 갭 이어가 될 수 있다. 갭 이어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도움: 이윤배<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최다영<㈜한국갭이어> 디렉터
사진 제공: 임충만<경영대 경영학부 11>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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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 2020-11-15 14:36:34
좋은 기사.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