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 학내 행사에 '술' 사라질까
ERICA, 학내 행사에 '술' 사라질까
  • 김현중 기자
  • 승인 2017.03.25
  • 호수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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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우리 학교 ERICA캠퍼스 학생처로부터 각 단과대학 행정팀 및 학생회 측에 공문이 발송됐다. 공문에는 △단과대 및 학과 행사에 대한 금주 권고 △학과 MT 기간 축소와 학과 교수 동행 △학내 행사에 대한 승인 절차와 책임자 규명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로 인해 각 단과대 학생회 측은 기존에 계획됐던 MT나 학내 행사를 축소하거나 보류하는 등 일정을 변경했다.  학생처 측에 따르면 공문 발송 이후, ERICA캠퍼스 부총장과 학과장 교수들 간의 회의에서 ‘좋은 대학 문화 만들기’ 지침을 만들어 학내 부조리 개선 및 음주 사고 방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학교 측 강력 대응, 학생자치 침해 목소리도
ERICA는 2015년 가을 축제 주점에서 살인 범죄자의 이름을 딴 ‘오원춘 세트’라는 메뉴를 판매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바 있다. 그러나 올해도 해양융합공학과 새내기 배움터 군기 사건과 술에 취한 학생이 셔틀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등 학내 부조리와 음주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ERICA 총학생회 ‘새봄’(이하 총학)은 “이에 대해 부총장은 학기초 축제 및 학내 행사에서 음주 문화를 배제하자는 의견을 총학 및 학생 중앙운영위원회 측에 개진했다”고 밝혔다.
학생처 또한 긴급한 사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재복<학생처> 처장은 “축제에서뿐만 아니라 음주로 비롯된 각종 사건 사고의 심각성을 학생들은 모르고 있다”며 해당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음주문화의 존폐’에 관한 내용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이번 결정이 ‘몇몇 개인의 잘못으로 사건 원인의 단면만 본 일차원적인 해결 방식’,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학생처 측은 “관련 조치의 목적은 단순히 음주 문화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 사회에 만연한 통속적인 소비문화를 개선하고 더욱 바람직한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각 단과대 및 총학 측도 해당 조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모 학과의 학생회장 A 군은 “기존에 예정됐던 학과 행사가 보름도 채 안 남은 상태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전달받았다”며 “MT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모두 변경하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총학 측도 “관련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말하며 “학교의 조치는 학생문화를 침해하는 행태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합의점을 찾아야
현재 학교와 학생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학교 측이 학생들과 타협없이 일방적으로 이 논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총학 측은 “현 조치는 학생 자치 문화에 관한 것임에도 학교 측은 총학생회 측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의사소통 과정이 없었던 일방적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학교 측 입장은 달랐다. 이 처장은 “재작년 오원춘 주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미 이전 총학생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현 조치에 대한 논의가 기존부터 있어 왔지만 학생회 간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아 소통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학생과 학교 측이 서로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이 처장은 “음주문화 폐지는 건전한 대학 문화 만들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해양융합공학과 군기 사건을 해결하며 교육부에 이미 음주 문화를 없애고 부조리를 근절하겠다는 사과문 또한 올라간 상태”라며 개선안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총학 측은 “학교의 논지는 학생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며 반발했다.  동시에 “건전한 음주 문화 조성을 위해 학생 차원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 밝혔다.  
학내 부조리, 금주가 답일까?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 이와 같은 갈등을 무시하거나 덮어버릴 수 없다. 학교와 학생 측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논의를 하고, 어떻게 갈등을 좁혀 나갈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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