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진영논리로 물들어 버린 태극기
[기자사설] 진영논리로 물들어 버린 태극기
  • 한대신문
  • 승인 2017.03.05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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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찰차 벽을 경계로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를 외치는 소리와 노란 리본이 달린 태극기를 들며 탄핵가결을 외치는 소리가 광장에서 울렸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시작된 집회가 이념과 세대의 갈등이 돼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일절의 태극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삼일절, 광화문역에서 갈등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노란 리본이 달린 태극기를 들고 있던 촛불 집회 참가자 부부에게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노인이 “너네가 왜 그걸 드냐”며 욕을 퍼부었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태극기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98년 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조상들이 피 흘리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흔든 태극기는 지금 진영논리의 상징이 돼버렸다. 애국, 자유, 독립, 투쟁의 정신을 외치며 흔들던 태극기가 언제부터 갈등의 원인이 됐던가?
이번 삼일절에는 거주지 내에서도 태극기가 게양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가지고 나가면 보수단체로 보일까 봐 두렵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에서 성인남녀 2,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이 ‘태극기를 게양할 의사가 없다’, ‘태극기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태극기는 지난 세월 국가와 민족을 상징했지, 특정 집단의 이념성을 대표하지 않았다. 국기 게양을 꺼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태극기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되는 일이다.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자. 태극기는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자주독립 국가로의 회복과 독재에 맞서 이뤄낸 화합의 상징이다.
삼일절에 태극기 다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진영논리를 넘어 태극기는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태극기가 어떤 의미를 지닐지는 우리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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