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 울려 퍼진 수험생의 목소리
노량진에 울려 퍼진 수험생의 목소리
  • 이태성 기자
  • 승인 2017.03.04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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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점심을 먹으러 나온 수험생들로 북적이던 노량진 골목길에서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왔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故 김광석 씨의 ‘서른 즈음에’다. 통기타를 어깨에 멘 채 노래를 부르던 청년 뒤로는 가면을 쓰고 노란 풍선과 현수막을 손에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풍선에는 꿈, 합격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고 현수막에는 ‘행정고시 폐지반대’, ‘사법시험 존치’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이하 수험생연대)의 출범식 행사였다.
안진섭<수험생연대> 의장은 이날 “지금까지 수험생들은 단체나 소속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있었고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정책 실패에서 오는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며 “수험생도 그들과 동등한 주권자이자 유권자로서 정당한 도전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연대 출범의 이유를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올해 초 보도된 경찰공무원 채용 비리의 책임자 엄벌과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과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제창했다. 이외에도 △각종 특례·특채 고용 축소 △대입 수시 전형 축소 △사법시험·행정고시 존치 △임용고시 채점기준표 공개 △7·9급 공무원 채용 확대를 주장했다. 특히 사법시험이 올해를 끝으로 폐지되고 일부 대선 후보들이 행시 축소 및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행사는 자유발언 순서로 이어졌다. 대전의 한 수험생은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이 나와는 관련이 없지만, 공정한 선발제도인 이 시험들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편지로 전했다.
출범식을 지켜보던 교정직 준비생 이정민 씨는 “최근에도 공무원 채용 과정 곳곳에서 의혹이 발생하고 있는데 가장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받는 시험들이 폐지되는 추세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며 수험생연대의 의견에 동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수험 정책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바뀌어 수험생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전국수험생연대 회원들이 수험생 권리 향상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7년,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법조인을 양성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는 사법시험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정치권에선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로스쿨의 높은 등록금을 근거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노량진을 방문했을 당시 사법고시 부활은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정당의 내부에서도 이렇게 수험생 관련 정책이 갈리니 수험생들이 정치인들의 행보에 노심초사하는 것은 당연한 지사다.
우리는 이미 변화무쌍한 교육 정책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았다. 고교에선 새로운 정책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학년을 두고 ‘마루타 학년’이라 칭하기도 한다. 더 이상 변덕스러운 정책으로 청년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의의 정책이라 할지라도 급진적인 도입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오랜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수험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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