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융합공학과 OT, 군기 사태로 논란
해양융합공학과 OT, 군기 사태로 논란
  • 김현중 기자
  • 승인 2017.03.04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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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학교 똥 군기에 관련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과 관련 영상은 각종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는 ERICA캠퍼스 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학생들로 밝혀졌다.

투숙객 잠 깨운 ‘똥 군기’
해도 뜨지 않은 새벽 5시경, 알 수 없는 소음으로 인해 리조트 안 투숙객들은 잠에서 깼다. 새내기 배움터(이하 OT)를 온 해양융합공학과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PT 체조를 시키고 있는 현장이었다. 선배로 추정되는 남성이 “한 명이 힘들어서 그만두면 동기들이 힘들어”, “소리가 작다” 등 강압적인 발언을 했다. 투숙객들은 시끄럽다고 항의했지만 학생들은 도리어 당당하게 “내려와서 말하라”며 윽박을 질렀다.
OT에 참여했던 익명을 요청한 재학생 A양은 “자는 도중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잠에서 깼다. 다툼이 있었고 입에도 담기 힘든 욕설이 들려왔다”라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이후 투숙객들은 교수와 학생대표에게 사과를 받았다. 그 후, 한 투숙객이 이 일에 대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게시물이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비롯해 ‘대학의 모든 것, 텐덤’ 페이지 등에 퍼지기 시작했고 학생  사회에서 큰 파장이 일어났다.

‘새봄’, 강력 대응에 나서
ERICA캠퍼스 총학생회 ‘새봄’(이하 총학) 측은 관련 사건에 대한 정보를 학우들의 제보를 통해 접한 후, 과기대 측에 즉시 확인했다. ERICA캠퍼스 해양융합공학과의 일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총학은 지난달 28일 긴급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를 소집했다. 확운위는△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해당 학과 관계자들의 사과 촉구와 징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기존 회칙으로는 학내 군기 논란의 책임자들에 대해 학생 사회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징계하거나 처벌할 수 없었다. 이에 확운위 측은 징계에 관련된 회칙을 신설해 적극 처벌에 나섰다.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김태윤<국문대 중국학과 11> 군은 “학내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그 목적에 대해 밝혔다. 또한 그는 “신설된 회칙이 조금이라도 군기 문화가 남아있는 곳에 근절을 위한 노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학과 총학 산하 기관인 학생권익위원회는 해당 학과 신입생들과의 1대1 면담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면담을 한 관련 학과 신입생들은 PT나 구보 진행 과정 속에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군은 “한 명이라도 잘못됐다고 느꼈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신입생 전원에 대한 면담을 자세히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침묵 속에 들끓는 논란
사건 수습 및 진상 규명 과정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관련 학과의 불성실한 사과문 △관련 학과 학생회의 침묵 △관련 학과 교수와 행정팀 측의 책임 소재 세 가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본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고자 해양융합공학과 학생회장인 정가람<과기대 해양융합공학과 14> 군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를 거절하며 “과기대 학과장님과 면담한 결과 인터뷰는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난의 여론이 일었던 사과문의 시정 여부에 대해 묻자, “추후 사과문을 다시 게재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해당 단과대 학과장 역시 “이번 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사과드리고 자중하고 있다”는 말만 전했다.
총학이 진상 규명을 하기 전, 추측성 여론이 일면서 사건과 관련 없는 제3의 대학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총학생회장 김 군은 “사건 수습 절차가 어떻게 됐든 제3의 피해자가 나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위 사안에 대한 책임은 해당 학과 학생회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논란의 책임은 단과대학 학생회에 있지만 교수님들과 행정 관계자들 역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건에 대한 학과 교수와 행정팀 측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내 군기 논란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할 때
총학생회장 김 군은 “근래의 사건이 악습을 근절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캠퍼스 차원의 캠페인을 통해 악습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습과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본지는 1440호 「생활스포츠학부 ‘똥 군기’ 논란, 5일 간의 기록」과 1445호 「대학 내 인권침해, 당신은 안전한가?」를 비롯해 여러 차례 학내 군기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이는 시정되지 않았다.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대학 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군기'란 악습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에 남아있는 적폐에 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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