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철학 경향 다양화
최근 과학철학 경향 다양화
  • 취재부
  • 승인 2005.09.04
  • 호수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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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확장과 제휴 방식으로 변화

이상욱 교수 <인문대·철학과>

과학철학은 과학적 탐구활동과 결과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과학이 다루는 분야가 점점 더 넓어지고 전문화되어가는 현대과학의 경향성을 고려할 때 최근 과학철학의 두드러진 경향 중 하나가 과학철학이 다루는 주제들이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과학철학은 전통적으로 과학의 합리성이나 실재론에 대한 논의처럼 과학의 공통적 본성에 대한 인식론적, 존재론적, 방법론적 논의를 다루는 일반 과학철학 분야와 물리학이나 생물학의 구체적인 내용에 담긴 철학적 함의를 논의하는 개별 과학철학 분야로 나뉜다. 최근 과학철학의 연구주제를 살펴보면 이 두 분야 모두에서 ‘확장’과 ‘제휴’의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우선 일반 과학철학 분야에서는 과학방법론이 성(gender)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논의나 실험하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그리고 논리실증주의의 역사처럼 이전의 논의에서는 본격적인 학술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진보적’ 주제에 대한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확장은 어느 정도 침체에 빠졌던 기존 주제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산적 확장이 되어가고 있다.

‘과학전쟁’ 시기를 거치며 많은 과학철학자들이 과학사회학의 구성주의적 접근을 극단적인 인식론적 상대주의로 간단하게 정리해 버렸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철학적으로 꼼꼼하게 분석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제휴의 대상을 모색하는 한편 또한 몇몇 저자들은 과학철학과 오랜 동맹관계를 맺어온 과학사와의 협동작업을 보다 본격적인 형식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즉, 과학사의 사례를 과학철학의 논증을 위한 예시정도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과학사 연구와 그 안에서 과학철학적 함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과학철학이 점점 더 다원주의적 연구방법론을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철학적으로 의미있게 논의될 수 있는 것들의 지평 또한 확장되고 있음도 알려준다.개별 과학철학 분야에서는 어디를 보아도 확장의 기색은 완연하다.

우선 말 그대로 그 전에 자주 다루어지지 않던 많은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사회과학에 대한 논의도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은 단순히 전통적으로 논의되던 물리학과 생물학에서 화학이나 사회과학으로의 확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선 물리학과 생물학에 대한 논의에서도 전통적으로 논의되던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주제에서 벗어나 혼돈이론이나 유체역학, 고체이론, 계산물리 등으로 확산되어가고 있고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진화론과 유전학의 환원가능성에 초점이 맞추어지던 생물학도 발생생물학과 생태학, 동물행동학 등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양자역학이나 진화생물학에 대한 논의와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그보다는 물리학에서 철학적으로 논의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양자론과 상대론밖에는 없으리라는 생각에서 물리학의 다양한 분야로의 논의가 확장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확장에는 물리학을 가장 근본적인 이론으로 보고 물리학에 대한 철학만 잘 수행하면 다른 (물리학보다 상당히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끝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자리 잡고 있다.

즉, 존재론, 인식론, 방법론의 다양한 수준에서 다원주의적 접근법이 상당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활발하게 논의되는 화학의 경우도 우선 화학이 독립적인 철학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과학이론들 사이의 자율적 관계에 대한 최근 과학철학계의 추세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화학의 철학 논의는 과거 생물학의 철학 논의가 그랬던 것처럼 화학이 물리학으로 환원가능한가나 화학이 물리학과 독자적 연구방법론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초첨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점은 과학철학 분야의 주요 저널과 주요학술 발표에도 나타난다. 과학의 ‘응용’과 개인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과학지식과 집단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과학지식 사이를 비교하는 세션과 과학철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성찰하는 세션, 또 과학철학의 역사에 대한 세션과 과학철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유의미할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성찰하는 세션, 그리고 과학철학의 역사에 대한 세션과 성과 과학에 대한 세션이 학술발표에서 성황을 이뤘다.

개별과학의 철학 분야에서는 물리학의 철학 분야에서는 ‘대칭성과 상전이’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 전통적인 양자역학의 해석 분야보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나노 스케일의 과학이론과 실험결과에 대한 철학적 논의도 주목을 끌었다.

생물학의 철학 분야에서는 계산적 접근방법이 진화과정을 이해하는데 어떤 의의를 갖는가와 같은 생물학과 전산학의 융합, 화학과 생물학에서의 모형을 사용하는 방식을 서로 비교하는 연구, 화학분야는 물리학으로의 환원가능성 주제를 넘어서서 화학원소 개념이 물리학의 원자 개념을 넘어서 철학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이런 주제들은 전통적인 일반 과학철학의 주제인 과학이론의 본성이나 결단 이론 논의와 전통적인 개별 과학철학의 주제인 진화론이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세션과 나란히 열렸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즉, 논의주제가 단순히 바뀐 것이 아니라 확장과 제휴의 특징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예전과 비교해서 이런 전통적 주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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