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 행복 추구의 역설
[교수사설] 행복 추구의 역설
  • 한대신문
  • 승인 2016.11.21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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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이상사회를 꿈꾼다.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경쟁에서 낙오해도 버려지지 않는 사회. 그런데, 이 평범한 문장 안에는 한 가지 해결하기 힘든 모순이 존재한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얼마이며 이를 누가 결정하는가? 서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면 과연 상호 협력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근면하고 교육열도 매우 높은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사회의 모습이 이상으로부터 너무나도 멀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은 행동을 이끌게 마련이다. 한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두 집단으로 나뉘어 주어진 단어들로 문장을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그 중 한 집단에게는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들 회색(gray), 주름(wrinkle),망각(forgetting) 등이 주어졌다. 작업을 마친 피험자가 복도를 지나 다른 실험실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놀랍게도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로 문장을 만든 피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피험자들보다 더 ‘천천히’ 복도를 이동했다. 관념 속의 생각의 파도가 (무의식적으로) ‘노인’과 같은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돈(money)’을 연상시키는 단어들 높은(high), 지불(paying),월급(salary) 등 이 사용되었다. ‘돈’에 관한 관념이 점화된 피험자들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줄어들었고, 타인을 돕는데 더 망설이는 경향을 보였고, 사람들이 앉을 의자를 배치할 때도 의자들 사이를 더 멀리 떨어뜨려서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요컨대 ‘돈’에 관한 생각의 점화는 사람들을 더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 만든 것이다.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을 얻어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돈’에 관한 생각은 사실 마음 깊은 곳의 모종의 ‘불안’을 건드린다. (상대적) 가난에 대한 불안, 손실과 부의 유지에 대한 불안,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당장의 편리와 안락함을 선택한 대가는 더 큰 불안과 늘어난 일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언젠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을 때 행복에서부터 너무나도 멀리 벗어났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행복과 안락의 추구는 인간의 본능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돈’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애초의 바람과 달리 수렁으로 인도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자. 지금 행복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아니면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지. 불안 너머에 펼쳐진 드넓은 공존과 협력 가능성의 광야를 조망할 수 있는 대학생이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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