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성장통을 견뎌라
모바일 게임, 성장통을 견뎌라
  • 이태성 기자
  • 승인 2016.11.19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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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잠에서 깬 대학생 A군.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영주로 있는 마을을 살펴본다. 간밤에 마을이 침략당하진 않았는지,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A군이 잠들어 있는 사이 마을을 공격해 금화를 훔쳐갔다.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A군은 곧바로 병사들을 소집했고 통쾌한 복수에 성공한다. 물론 게임 속 이야기다.


▲ 표1
▲ 표2














모바일 게임의 성장 그리고 대학생
이정재, 장동건, 차승원.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이들은 모두 유명 영화배우인 동시에 모바일 게임의 광고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게임 광고에 연예인이 등장한 것도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톱스타까지 동원되고 있다. 이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지난 몇 년 간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작년 모바일 게임시장은 2014년 대비 19.6% 증가했고, 올해는 시장규모가 약 3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엔 비주류였던 모바일 게임이 이제는 양지로 나와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대학생들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학교 학생 5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8%인 482명의 학생들이 모바일 게임을 해 본 적이 있으며, 그중 43%의 학생들은 거의 매일 모바일 게임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표 1 참고).
그렇다면 대학생이 모바일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조사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바일 게임을 하는 이유(중복응답)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61%로 가장 높았다. 다른 이유로는 ‘단순 재미 때문에’라는 답변이 46%, ‘어디서든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29%로 나타났다(표 2 참고). 결과를 종합해보면, 자투리 시간에 간단히 즐길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모바일 게임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의 키워드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IP(지식재산권)와 VR(가상현실) 그리고 AR(증강현실)이다.
IP 게임이란 개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한 번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를 활용한 게임을 말한다.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가 있다. 2012년 7월, 안드로이드 버전의 ‘애니팡’이 처음 출시된 이후 자사의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이 줄줄이 이어졌고 이달 말 출시가 예정된 ‘애니팡 터치’까지 합하면 애니팡 IP를 활용한 게임은 총 8개가 된다.
VR은 시청각을 자극해 사용자로 하여금 가상현실 속에 위치했다는 느낌을 주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재작년에 관련 기기를 출시한 이후 계속해서 기술 개발 중에 있다. VR은 특히 게임 분야에서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는 일본 기업 ‘소니’가 VR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관을 마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AR이 있다. AR은 지난 7월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포켓몬GO’의 핵심 기술로 이용자에게 현실 세계와 가상의 물체가 더해진 모습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 12일 서울시 송파구에선 땅따먹기식 AR 게임 ‘인그레스’ 대회가 개최돼 2천 여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AR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모바일 게임의 방해 요소
그러나 모바일 게임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베껴 우후죽순 생겨나는 양산형 게임과 사행성을 조장하는 확률형 아이템 그리고 어둠의 경로를 통한 게임 불법 복제가 바로 그것이다. 게임 종사자 3인의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의 문제점을 진단해보자.

임희택<콩두컴퍼니 컨텐츠사업부> 크리에이터
“양산형 게임이 넘쳐나는 것은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이 창작에서 산업으로 가는 과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게임 개발자들은 부족한 인프라에서도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이 산업의 형태로 변화하면서 이익을 최우선시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개발 비용이 값싼 양산형 게임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승교<3CatGames> 대표
“맞습니다. 양산형 게임이 계속해서 제작되는 이유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개발사일수록 위험부담을 피하고자 검증된 것을 선호하는데, 그러다 보니 참신한 게임은 나오지 않고 이미 성공한 게임을 따라 만드는 경향이 생긴 것이죠. 게다가 모방품이 투자를 받는 것이 훨씬 쉽기도 하고요.”

조상현<게임조선> 기자
“최근에는 게임 아이템을 일정한 확률에 따라 얻을 수 있도록 만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쟁도 뜨겁습니다. K-iDEA(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발표만 보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제가 잘 이뤄지는 듯하나, 여전히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자율적인 규제가 이뤄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에는 관련된 정책협의체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더 지켜봐야죠.”

임 크리에이터
“개발사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옛날에는 모바일 게임이 거의 유료로 운영돼 수익을 창출했지만 지금은 무료 게임이 주류를 이뤄요. 회사 입장에서는 그 안에서 어떻게든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하니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유저들을 잃게 되면 그땐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또 앞선 분은 자율 규제를 말씀하셨으나, 사행성 조장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대표
“개발자 입장에서는 불법 복제에 대한 고민도 매우 큽니다. 핵심 데이터는 서버에서 관리하는 등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불법 복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법이나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잘못된 소비 의식이에요. 게임은 공짜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소비자의 의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죠.”

조 기자
“국내의 많은 개발사가 앱스토어에 유료 게임을 내놓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유료 게임을 출시해도 해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복제판을 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이것의 결과는 결국 소비자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더 다양한 게임의 등장을 방해하고, 해외의 인기 작품이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는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들이 한목소리로 언급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정직한 소비문화의 정착이다. 양산형 게임과 확률형 아이템 모두 개발사들의 수익 구조가 안정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비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지급된다면 문제점들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 복제 문제는 오히려 간단하다. 게이머들의 건전한 소비 의식이 정착된다면 그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의 건전한 발달과 더 나은 게임을 기대하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합당한 대가 지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도움: 이승교<3CatGames> 대표
임희택<콩두컴퍼니 컨텐츠사업부> 크리에이터
조상현<게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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