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ㄱㄹㅇ ㅂㅂㅂㄱ! ㅇㅈ? ㅇㅇㅈ~
ㅇㄱㄹㅇ ㅂㅂㅂㄱ! ㅇㅈ? ㅇㅇㅈ~
  • 이승진 기자
  • 승인 2016.11.05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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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확산되는 신조어의 현황과 찬반양론 분석


“야 이 급식충(급식을 먹는 초, 중, 고등학생을 이르는 말) 좀 봐라.” “극혐(극도로 혐오함)이다. 요즘 시국이 어느 땐데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행위) 좀 하라 그래.” “ㅇㅈ(인정)”
해당 대화를 괄호의 설명 없이 쉽게 이해했다면 당신은 10~20대이거나 그만큼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외계어처럼 느껴지겠지만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 일상적으로 쓰며 오히려 모르면 이상한 ‘신조어’이다.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고 지금도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 등장할, 우리의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신조어, 이를 알아보도록 하자.

온라인 매체를 장악한 신조어
신조어란 원래 전에 없던 개념의 의미를 표현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차용된 외래어를 가리키지만, 최근에는 ‘줄임말’ 같이 이전에 있던 개념이더라도 새로운 표현방식을 보이는 언어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는 학생들도 대부분 신조어를 쓰고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달 6일 스마트학생복이 중고생 4,8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습관적으로 신조어를 사용한다’고 답해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신조어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신조어들을 접하는 경로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페이스북 등 SNS를 꼽았다.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가 온라인을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성인 남녀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92%는 미디어에서 유통되고 있는 신조어를 접하는 경로가 ‘인터넷과 SNS’라고 답했다. 이를 통해 어린 학생들과 성인 모두 신조어 사용에 온라인 매체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온라인 매체를 기반으로 신조어가 확산된 것일까? 과거에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등을 통한 음성 위주의 의사소통이 활발했지만, 지금 유행하고 있는 카카오톡이나 SNS 같은 온라인 매체는 대부분이 텍스트를 위주로 의사소통한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소통한다고 했을 때, 텍스트 중심의 메시지가 담는 정보량은 음성 중심의 메시지보다 확연히 적다. 이에 언어를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온라인 매체 상의 신조어가 발달했다. 또한 스마트폰이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온라인 매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신조어 사용이 더욱 늘어났다. 그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 매체에서 자주 쓰는 신조어를 일상생활로 가지고 나오면서 확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조어,
은어를 넘어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신조어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 번째로 신조어는 은어적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젊은 세대가 기존 세력과 자신을 구분하고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언어를 자신들만 알아듣는 방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초성어로 이뤄진 신조어 ‘ㅇㄱㄹㅇ(이거레알(real))’,‘ㅂㅂㅂㄱ(반박불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초성어뿐만 아니라 긴 문장의 일부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도 있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이나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신조어의 두 번째 특성은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신조어 중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은어도 있으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단어도 많다. 이런 신조어의 생성과 확산은 당시 사회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중 시대별로 유행했던 몇 가지 신조어를 통해 시대상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알아보자. 우선 90년대 후반 신조어로 ‘동태’, ‘황태’, ‘생태’라는 단어가 있었다. 동태는 한 겨울에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을, 황태는 황당하게 퇴직 당한 사람을, 생태는 해고 대신 타 부서로 전출돼 생매장 당한 사람을 각각 일컫는 말이었다. 그 당시는 IMF로 우리나라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던 시기여서 ‘퇴직’과 관련된 신조어가 넘쳐났었다.
2007년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골드미스’는 30대 이상 50대 미만의 미혼 여성 중 학력이 높고 사회적·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을 의미하는 용어다. 어원은 노처녀를 한국어식 영어로 번역한 올드미스(Old miss)에서 유래했으나 기존에 비해 상승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로 인해 ‘Old’대신 ‘Gold’라는 단어로 교체되고, 당당하고 멋지게 독신생활을 즐기는 여성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최근에 가장 잘 알려진 신조어 중 하나인 ‘금수저’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원이 된 문장은 본래 영어권의 표현으로 “Be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즉 “부유한 집에 태어나다”라는 뜻을 가진 숙어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은수저’에서 보다 값비싼 ‘금수저’로 바뀌게 됐다. 이 신조어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력을 가진 사람은 극복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하의 양극화와 새로운 계급제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가 담겨있다.
시대상을 유추하게 하는 신조어는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 사용되다가 언론이나 교수, 학자에 의해 연구가 이뤄지고, 사회에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다수의 사람들이 향유하게 된 경우가 많다.

신조어를 둘러싼 대립,
막을 수 없는 문화

현재 문화평론가나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신조어에 관한 논쟁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조어의 사용이 우리나라 고유의 언어문화를 파괴하고 세대 간 의사소통을 단절하며, 나아가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신조어가 우리말 표현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낸다. 이런 과정에서 창의적인 단어들도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문<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신조어 사용은 일종의 유행이며 또래 학생들 사이에선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조 교수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며 신조어의 사용은 타인의 가치판단이 들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조어를 사용함에 있어 ‘정도(正道)’는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이런 신조어 문화는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조어 중에서는 특정 계층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조어 사용을 막을 수는 없어도 신조어의 주 이용 층인 젊은 세대가 건전한 신조어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우리가 그저 장난으로 한 말에 타인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반인권적인 신조어를 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범람하는 신조어 속 개념 있는 사용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도움: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
조성문<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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