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국민은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니다
[장산곶매] 국민은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니다
  • 정진영 편집국장
  • 승인 2016.10.29
  • 호수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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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편집국장>
정말 잡음이 끊이질 않는 사회다. 세월호 사건부터 최근의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까지,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한시도 조용한 때가 없었다. 원래 사회란 항상 시끌시끌하기 마련이지만, 유독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더욱 시끄러운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는 인종과 국적, 성별을 넘어서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선출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 같은 커다란 변화에는 항상 기대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변화로 말미암아 음지에도 볕이 들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 남을 만한 커다란 변화도 항상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최근 들어 강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뽑힌 만큼 여성들을 위한 어떤 사회적 변화가 나타날 것 같았건만,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사회적 변화가 국가 정책에 의해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출산율 증가를 위해 낙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최근의 정책만 보더라도 진보는커녕 되려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 후퇴는 도대체 어디까지길래 현재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일까. 대학을 비롯해 지금 대한민국 전체는 ‘최순실’이라는 인물 하나 때문에 들썩거리고 있다. 평범한 일반인 하나가 국가 전체를 소란스럽게 만들다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런 상황은 국민이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국민을 위한 나라가 아닌 최순실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람을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앉혀놓다니, 어찌 스스로가 부끄러워지지 않겠는가’ 하는 개탄의 소리가 절로 난다. 게다가 지난 7월에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 기획관으로부터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 튀어나왔었다. 그가 기자와의 사석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했음이 밝혀지며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민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그런 말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올 수 있었던 것인지 묻지 않아도 알만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돼지’들이 무섭게 정치권에 관심을 가지고 각성하기 시작하는 이 시국은 그들이 생각한 시나리오에 과연 한 글자라도 있었을지 궁금하다.
현재 국민의 모든 관심은 정치권에, 그것도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최근에는 ‘최순실’이나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와 관련된 기사를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정치권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야 이 나라를 편하게 좌지우지할 수 있을 텐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그 관심의 화살이 다른 곳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사회가 혼란스럽고 시끄럽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 모두가 각성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그 실수를 반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이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진일보(進一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역인 대학생들이 정치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음에 대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대학생을 비롯한 모든 국민은 관심과 행동을 통해 국민이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와 움직임이 일어나는 때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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