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 컬처, 당신도 먹은 스마트한 간식
스낵 컬처, 당신도 먹은 스마트한 간식
  • 이태성 기자
  • 승인 2016.10.08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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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반으로 확대… 지속 위해 안정적 수익구조 필요해

이른 아침 지하철 안, 학교로 향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모두 스마트폰 화면 속 무언가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귀여운 아기의 클립 영상을 보며 흐뭇해하는 A양과 피키캐스트에 올라온 심리테스트에 열중인 B군. 이들이 즐기고 있는 것은 ‘스낵 컬처’다.

스마트폰과 스낵 컬처,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다
스낵 컬처(snack culture)는 ‘과자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뜻이다. 이는 바쁜 현대인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간단한 문화를 선호하게 되면서 생겨난 문화 양상이다. 과거에는 지하철역에서 펼쳐지는 연주회나 병원에서 즐길 수 있는 전시회 등을 의미했으나, 2010년대 들어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스낵 컬처는 주로 ‘짧고 간단한 웹 콘텐츠’를 의미하는 단어로 더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스낵 컬처의 의미를 크게 변화시킨 것이다.
둘의 성장 또한 긴밀한 관련이 있다. 스낵 컬처가 주류문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스마트폰의 대중화이기 때문이다. 작년 1월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모바일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2014년 24.5%로 20%를 기록한 PC 보급률을 앞질렀다. 이는 관측을 시작한 2012년 이후 2년 만에 벌어진 일로 스마트폰이 폭발적인 기세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관의 작년 7월 조사에서는 20대가 생각했을 때 ‘모바일 콘텐츠’의 가장 적절한 분량은 △텍스트 30줄 △동영상 43초 △그림·일러스트 17장 △사진/움짤 10장 △인포그래픽 9장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두 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모바일의 보급이 가속화되어 이에 적합한 짧고 간단한 콘텐츠가 애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스마트폰의 보급은 스낵 컬처의 확장을 견인한 일등 공신인 셈이다.

스낵 컬처는 우리 곁에 있다
본지 1419호에서는 스낵 컬처로 웹툰과 웹드라마의 두 가지에 대해서만 다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스낵 컬처는 이렇게 눈에 띄는 문화생활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많은 콘텐츠들로 확대됐다. 과연 우리 주변의 어떤 것들이 스낵 컬처의 범주 안에 속하는 것일까?
먼저, 스낵 콘텐츠를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활발히 소비되는 것이 카드뉴스다. 기사의 내용을 몇 장의 카드 안에 간추려 담아내는 카드뉴스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사각형 형태로 SNS 플랫폼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현재 많은 언론사가 카드뉴스를 웹 기사에 활용하고 있다. 카드뉴스의 원형은 2014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리뷰왕 김리뷰’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이 작성한 게시물이었다. 짧은 글과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된 게시물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몇 달 뒤, SBS의 인터넷 기사 부서인 ‘스브스뉴스’팀이 자신들의 기사에 ‘카드뉴스’라는 이름을 최초로 사용하면서부터 진정한 카드뉴스의 시대가 오게 된 것이다. 이후 카드뉴스는 기업, 일반인 구분할 것 없이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해 자주 사용됐고 최근에는 SNS 게시물의 보편적인 형태가 됐다.
다음으로, 스낵 러닝은 스낵 컬처에 학습을 뜻하는 ‘러닝(learning)’이 더해져 생긴 말이다. 스낵 러닝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2014년 부동산 교육 전문 기업 ‘아모르 상상에듀’에서 30분짜리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면서부터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놀랍게도 그보다 4년 전부터 스낵 러닝을 시작한 기관이 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는 이미 2010년부터 고등학교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EBSi’를 통해 ‘5분 사탐(사회탐구)’이라는 강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사회탐구 과목이 유일했으나 현재는 △공통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 총 7개 과목으로 확장됐고, 스마트폰 앱으로도 볼 수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공부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이용한 영단어 암기, 어학시험 준비 앱 등 스낵 러닝은 지금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문학 또한 스낵화돼 ‘인스턴트 시’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냈다. 2012년 10월 전자책 출판사 ‘리디북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공감시 「애니팡」이 발표됐는데, 발표 직후 SNS 이곳저곳에서 시를 캡처한 사진이 공유됐고 시를 쓴 하상욱 작가는 일약 스타가 됐다. 기존 문학의 영역에서도 시는 짧은 장르였으나 SNS를 매개로 한 공감시는 4행 내외의 분량으로 더욱 더 짧아진 모습을 보였다. 짧고 쉬운 공감시는 많은 독자를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하 작가는 본인의 시집을 출판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최근에는 이런 인스턴트 시의 흐름을 이어 ‘이름시’가 유행했다. 이는 이름으로 간단한 시나 글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글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작가의 SNS에 자신의 이름으로도 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이름시에 열광하는 독자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스낵 콘텐츠의 과제와 우리의 태도
스낵 콘텐츠가 문화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스낵 콘텐츠가 아직 불완전한 형태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재<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스낵 콘텐츠들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다”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춰야 좋은 콘텐츠의 제작이 지속될 수 있다”고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들 사이의 선순환 관계를 강조했다.
이러한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작년 6월 광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이 개최됐는데, 주최 측은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안정적 생산구조 조성에 기업들도 가세했다. 지난달에는 ‘네이버’가 동영상 콘텐츠 육성에 150억 원을 투자하기로 밝혔다. △게임 △뷰티 △웹드라마 △웹예능 △키즈 총 5개 분야에 연간 50억 원씩 3년간 총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는 “창작자와 이용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며 투자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스낵 콘텐츠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김 교수는 “정보가 가볍거나 깊이가 얕다는 이유로 스낵 콘텐츠를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스낵 컬처를 다양한 문화 양식 중 하나로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콘텐츠가 점점 스낵화되고 스낵 콘텐츠가 미디어를 장악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스낵 콘텐츠를 주로 소비할 때에도 꾸준히 ‘롱 콘텐츠(책, 신문 등 길이가 긴 콘텐츠)’를 놓지 않는 것은 ‘大스낵컬처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막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도움: 김영재<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우혁준<(주)투블루> 대표
           이재흔<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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