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실현될 수 있나?
최저임금 1만 원, 실현될 수 있나?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6.09.24
  • 호수 14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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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파급효과 고려해 사회적 합의 이끌어야

최저임금 인상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논제 중 하나다. 국제적으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빈부 격차가 심화돼 왔다. 이에 소득 격차를 줄이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임금을 인상하자는 요구가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매년 꾸준히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2010년 이후로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14년부터 최저임금이 5,000원대를 넘어 2017년에는 6,470원까지 인상됐다는 것이다. 이것을 수치로 따지면 최저임금은 3년 만에 약 29.4%나 인상된 것이지만,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노동계의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2016년 최저임금 인상의 화두는 1만 원대의 현실화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노동계 측만의 입장은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9,000원대로 인상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각각 2020년, 2019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현실화를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 사안의 직접적 결정권자인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이해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정치권에서도 이 논쟁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 1만 원의 시작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람<알바노조 정책팀> 팀장은 “1만 원은 상징적 의미라고 볼 수 있다”며 운을 뗐다. OECD가입국의 평균 최저 임금 수준인 9천 원에서 1만 원대로 임금을 인상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력이 비슷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의 경제적인 수준과 국제적인 위치를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이 무리한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소득 수준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도 1만 원으로의 인상에 대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현재 시급 6,030원으로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세금을 제하면 약 108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 2016년의 현실이다.
이에 우 팀장은 “혼자 사는 미혼 노동자의 평균생계비는 29세 이하 청년 노동자를 기준으로 약 200만 원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즉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청년이 다수임을 고려할 때 평균적인 소비 수준에 맞춰 임금 수준을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계비 부담이 더 큰 2인, 3인 가계 모델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건비 인상의 딜레마
‘시급이 1만 원이 되면 구직 활동을 하는 영세 상인들이 늘어 자영업 경쟁이 낮아질 수 있고, 소비 수준도 올라 간다’는 주장은 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요 논리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약 6% 임금 인상만으로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최소 1%에서 최대 3%대까지 인건비 비중이 증가한다. 이는 미미해 보일 수 있는 수치지만, 현실에 적용해보면 매우 큰 충격으로 작용해 사업체에 따라서는 사업의 존속 여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다.
이에 대해 우 팀장은 “비용 충격이 발생해 장사가 힘들어지면 소득이 나은 일자리로의 편입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 경우 자영업자의 숫자가 조정되고 소비 진작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가 임금 근로자로 편입되면, 시장 경쟁률이 낮아지고 임금 근로자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인해 소비력이 올라가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 역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제기된 관점에 대한 반론 역시 존재한다. 임금 지출의 증가는 고용 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영세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인건비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 제조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하거나, 신입 채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주당 44시간 근로 일자리 수 기준으로 약 0.14%의 고용이 감소한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자료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에 대해서는 학계 주류 의견이 존재하지 않으며, 연구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물가상승 역풍과 소비증대 효과 사이에서
사회 전반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물가가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참조하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됐을 때,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은 전 산업 기준으로 약 1% 정도 상승한다. 또한 최저임금 10% 인상은 전체 물가를 약 0.2%~0.4%가량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을 초래할 수 있으나,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물가인상으로 인해 일부 상쇄되더라도 소득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면 감당할 만한 위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현재 최저임금인 6,030원을 기준으로 65.8% 정도가 인상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대한 영향력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은 장기적인 불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써 이용될 수도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물가상승의 역풍이 어느 정도 존재할 수는 있으나, 반대로 소비증대효과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회복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 노동자의 소득 수준 상승은 경제 부양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최저임금 1만 원,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
한국은 인구 고령화와 장기적인 불황 속에서 사회 안전망 확보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개인의 인생과 가정을 책임지는 완전고용, 정년 보장 등으로 복지에 대한 부담을 기업에 떠넘겨왔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로 인해 비정규직, 알바, 인턴과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 안전망의 그림자 속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업 복지를 축소시키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점점 고용 시장의 유연화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안전망에 대한 요구이며 기본소득, 청년수당과 같은 복지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최저임금을 비롯해 근로계약서 의무화, 주휴 수당 지급 등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체들이 허다하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실질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와 타협하는 노동자의 반대편에는 기존의 임대료 압박에 임금상승 부담까지 가중돼 고통스러워하는 자영업자도 존재한다.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 최저임금 인상에 모두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타협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논문: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이정민, 2016)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강승복, 2015)
<최저임금이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효과>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2015)
<최저임금 효과분석> (한국노동연구원, 정진호 외 3명,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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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8:50:56
이 글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다양한 측면과 그 영향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유익하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양면을 감안한 접근과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좋았고, 노동법 준수 문제에 대한 지적도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최저임금의 정책적 이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