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움직이는 캠퍼스
두 바퀴로 움직이는 캠퍼스
  • 정예림 기자
  • 승인 2016.09.10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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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활발히 이용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도로와 시내에서는 자전거와 띠엔동(电动车, 스쿠터와 비슷한 모양의 전동차로 휴대폰처럼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며 한 번 충전하면 약 6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오토바이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역시 자전거의 나라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서의 자전거는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베이징 내에서 비교적 큰 캠퍼스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칭화대의 경우, 자전거나 띠엔동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캠퍼스 안 거리를 보면 두 발로 걷는 사람은 바로 옆 건물로 가는 사람들 혹은 지금 막 캠퍼스에 처음 도착해 짐을 들고 있는 교환학생과 어학연수생, 관광객뿐이었고, 그 외 모든 사람들은 자전거나 띠엔동을 이용해 움직이고 있었다. 각 건물 앞에는 자전거와 띠엔동이 줄줄이 주차돼 있었고 건물이 없는 길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학교에 막 도착했을 때는 395만㎡ 면적의 캠퍼스(서울캠퍼스의 10배, ERICA캠퍼스의 3배)가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기에 걸어서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재학생들에게 길을 묻고, 걸어서 그곳에 가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면 다들 어리둥절해 했다. 걸어서 다른 건물에 가본 적이 없다는 듯이 자전거를 타고 갈 경우 소요되는 시간을 알려줄 뿐이었다. 자전거 기준으로 10분, 20분 걸린다는 거리를 발로 직접 걸어보며 자전거를 사지 않을 수 없겠다는 확신을 했다. 자전거를 살 생각이 없던 기자는 그렇게 자전거를 사게 됐다.
▲ 칭화대 학생들이 자전거와 띠엔동을 타고 캠퍼스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학교 안에는 자전거 구입, 중고 자전거 판매, 자전거 수리가 가능한 가게가 곳곳에 있었다. 한 학기 또는 1년 정도 파견 온 학생들이 쓴 후 다시 팔고 간 중고 자전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자는 학교 서문 근처에 자전거와 띠엔동 가게가 몰려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문으로 향했다. 더 많은 종류의 자전거를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10분 걸리는 거리를 다시 걸어 자전거 가게가 모여 있는 거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역시나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와 띠엔동을 둘러보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자전거와 띠엔동을 살펴보고, 직접 타보기도 하며 꼼꼼히 확인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발견했다면 다음 순서는 바로 흥정이다. 저렴한 자전거의 경우 한국 돈 4만 원, 띠엔동은 3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지만 그래도 흥정은 빠져서는 안 될 필수코스였다. 많은 학생들이 가격을 들으면 우선 비싸다고 말했고, 가게 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흥정은 계속됐다. 실랑이를 몇 분간만 벌이면 대부분은 결국 만족스러운 가격에 자전거를 구매해내는 듯했다.
걷는 이가 대부분인 우리 학교에서 자전거와 띠엔동이 학생들의 발인 학교로 오게 되자 며칠간 정신이 없었다. 따릉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가만히 있으면 자전거가 쌩 지나가고는 했다. 하지만 그새 적응이 된 것인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자전거를 타고 학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기숙사에 들어오면 자전거 댈 곳부터 찾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됐다. 당분간 4개월 동안은 걷는 시간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며, 이 역시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우선은 다 돌아보지 못한 캠퍼스 길을 자전거로 익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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