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들의 진화보고서 '덕후'의 세상이 온다
덕후들의 진화보고서 '덕후'의 세상이 온다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05.21
  • 호수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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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BJ로 활약하는 게임 덕후, 뷰티 유투버로 활동하는 코스메틱 덕후, 값비싼 프라모델을 수집하는 건담 덕후까지 이른바 ‘덕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개인의 취미를 넘어 그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테이스테셔널’까지 등장했다. 옛날과는 다른 인식의 덕후, 그 모습을 파헤쳐보자.

 

덕후부터 테이스테셔널까지
‘덕후’는 우리나라의 고유어가 아닌 일본의 ‘오타쿠(オタク)’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이다. 오타쿠는 가타카나로 쓰일 때 ‘어떠한 것에 매우 몰두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우리 말 식으로 전음이 되면서 ‘오덕후’라는 말이 생겨났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오덕’ 혹은 ‘덕후’라는 말로 자주 쓰여,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신조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처음에 이 단어는 일본의 문화, 예를 들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쓰이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덕후’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취미나 물건 혹은 사람 등 분야와 상관없이 무엇인가에 큰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스스로를 덕후라고 칭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분야에 수반되는 모든 행위는 ‘덕질(덕후+질)’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하는 일은 ‘덕업일치’라고 부른다. 이는 ‘덕후’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테이스테셔널(Tastessional)’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자신의 저술서 『라이프 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에서 처음 도입한 용어로 Taste(취미)와 Professional(전문적)의 합성어이며 덕질을 하는 분야를 발전시켜 그 분야에 전문인이 된 사람을 일컫는다. 김 소장은 “덕후가 단순히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했다면, 그에 전문가의 의미를 더한 새로운 단어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새로운 단어를 만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들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
‘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꾸준히 존재해왔지만 지금처럼 위상이 높았던 적은 없다. 그렇다면 갑자기 이들의 위상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첫째, 다원화된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세대의 가치판단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그에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단순히 자격증을 갖거나 전문적 교육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 빠져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사람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로는 미디어의 생산과 유통방식의 변화에 있다. 화장품 덕후들이 유투브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의 화장법을 나누며 억대의 연봉을 받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 시대로 인해 매체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덕질을 콘텐츠로 바꿀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김 소장은 “지금은 유투브를 통해 광고수익을, 블로그를 통해 유명세를 얻을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자기만의 콘텐츠를 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덕질을 하게 한 이유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민<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앞선 변화들로 인해 덕후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를 지켜보는 일반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일종의 대리보상적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며 덕후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이유에는 그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음을 전했다.
 


청년에게 더욱 중요한 개념, 덕후
전문가들은 이런 덕후의 개념은 청년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이제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며, 내가 가진 자질을 살려서 테이스테셔널이 되는 것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질을 개발할 것을 권했다.

한편 정 교수는 다른 부분에서 청년들이 덕후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까지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을 때 무기력해질 것”이라며 덕질이 훗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을 풍부하게 해줄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시도하지 않는다. 뭐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년들이 이런 움직임에 참여해볼 것을 독려했다.   

 

덕후의 함정을 조심하라
‘덕후’에 열광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일종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정 교수는 변질된 덕후에 대해 경고했다. 덕후라는 단어에는 몰두한다는 의미만 존재할 뿐, 분야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불법적인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도 자신을 덕후라고 칭할 수 있다. 이에 정 교수는 “몰두하는 대상을 정하는 것에는 흥미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필터가 필요하다”며 덕후들의 ‘사회적 건강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또한 덕질이 창조적인 방향이 아닌 병적인 집착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1970년대 일본의 오타쿠 중 사회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폐쇄적으로 오직 자신의 분야에만 빠져 살았던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덕업일치’의 함정도 존재한다. 기업가인 캔디스 랜도는 자신이 쓴 칼럼에서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 전에 조심해야 할 것으로 △다른 취미를 가져 스트레스를 풀 시간을 가질 것 △영업사원처럼 자신의 취미를 판매할 준비를 할 것 △마감시간이 생겨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선택할 것 △생계와 직결돼 있음을 인지할 것 △취미로서의 활동이 아닌 전문적인 활동으로 인지하고 도전할 것의 총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를 다 지킬 수 없을 때 섣불리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다가는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질’은 행위 자체에 목적을 가진  순수한 행위이며 권할만한 행위이다. 앞서 말한 것들을 주의하며 덕질을 한다면 삶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인생의 선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오늘부터 ‘덕후’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박다함 수습기자 ojree@hanyang.ac.kr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정민<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참고 문헌: 도서『라이프 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 저자 김용섭
동아닷컴 ““학위 없는 전문가”… 마침내 세상이 ‘덕후’를 존중하다.” (2015.10.18)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기 전 확인할 5가지”, 캔디스 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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