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뿌리 깊은 나무가 되기 위해
[장산곶매]뿌리 깊은 나무가 되기 위해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05.08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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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0만을 거뜬히 돌파하며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어벤저스 군단 내부의 분열과 화해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신과 탄탄한 줄거리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재미 외에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대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긴 대사는 이것이었다. “세상이 옳은 일을 잘못했다고 했을 때, 모두가 네게 비키라고 해도 나무처럼 단단히 서서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네가 비키라고 말하렴.” 이 말은 내가 편집국장이 된 이후로 수없이 부딪쳤던 고민들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줬다.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유독 올해 발행된 신문들에서 논란이 된 기사가 많은 듯하다. 학교 내에서 논란이 될 만한 일들이 많이 발생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너무 한쪽에 치우쳐서 객관적인 보도를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가는 이 방향이, 이 길이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항상 한 호를 발행할 때마다 ‘이번에는 별 탈 없이 지나가길…….’ 하는 생각을 하고, 혹시라도 어디선가 기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기자들에게는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기사 써라’라고 당당하게 얘기했지만, 학교 내 부처에서 기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걱정이 앞섰다.
한대신문이 우리 학교 내부에만 배포되는 것이 아니고 타 대학과 고등학교에도 배부가 되는지라 학교는 부정적인 기사가 1면을 차지할 때마다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학교의 입장도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언론의 역할은 사회를 감시하고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지적하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대신문이 비록 한양대학교의 부정적인 일들을 들춰내고는 있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기자들도 한양대학교의 일원이기 때문에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지적하고 고발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는가. 묻어두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 썩을 뿐이다. 진정 학교의 발전과 번영을 바란다면 앞으로의 걸음에 있어 방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해결하고 없애버리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신문을 만들어감에 있어서 부정적인 일을 고발하고, 또 그만큼 민감한 사안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하는 것에 있어 더 이상의 고민이나 걱정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기자들이 몇 가지 명심해야 할 부분은 있다. 바로 ‘황색 저널리즘’에 젖어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고자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을 제목에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최대한 정제되고 객관적인 표현을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지양해야하며 이를 위해 내부에서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기자들도 학생인지라 학교에 칭찬보다는 불만이 앞설 수 있다. 비판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하지만, 일부러 비판적인 프레임만을 만들어놓고 이를 토대로 모든 기사를 만들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내부 구성원들 모두가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대신문은 한대신문만의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모든 기자들을 통솔하고 그 중심을 잡아야 하는 나는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모두가 내게 비켜서라고 해도 나무처럼 단단히 서서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네가 비켜 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편집국장이 되기 위해 더욱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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