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진정 청년을 위한 것인가?
노동개혁, 진정 청년을 위한 것인가?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6.05.07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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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노동개혁 선진화 5대 법안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실업급여․산재보험 강화 △통상임금 범위 변경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이 통과됐고 현재는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노동은 생존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자아실현과 국가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은 사용자와 노동자 중 하나의 집단에 속하게 되며, 이는 노동을 매개로 이어진 관계다. 그렇기에 노동개혁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의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개혁으로 일자리 안정성이 불안해지면, 사회적 자본을 선점한 기성세대보다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될 미래세대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청년이 현재 기성세대의 나이가 됐을 때는 물론, 사회에 진출하게 될 가까운 미래에도 정책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있어 취업은 기존 사회를 떠나 새로운 사회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전 단계에 위치한 청년들이 새로운 사회인 노동시장의 체계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청년 세대’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성과중심주의’의 함정
지난해 3월 이기권<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나친 연공형 임금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며 직무․성과급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한 바 있다.  ‘정년보장’과 ‘호봉제’를 핵심으로 하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기업에게 인건비를 무리하게 부담시킨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직무․성과급제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성과대로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과평가 기준을 정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조직력과 영향력이 매우 낮고, 노동 시장에서 청년의 교섭권 역시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청년은 직장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담근 사회 초년생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재혁<참여연대 경제노동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직무․성과급제가 도입되면 경력자들의 임금도 낮아질 수 있다”며 “경력이 없는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 수준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업무가 복잡해지고 분업화된 사회에서 개별적인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직장인 A 씨는 “공공기관 국책사업 같은 경우 직원 개개인의 역할보다는 조직 단위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직무․성과급제에 대해 “대부분의 직장은 업무 할당 자체도 직원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어떻게 개별적인 평가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노동시간의 모순, 줄어들 실질임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에는 △근로기준법 재해석 △재량근로제 확대 △근로시간 탄력화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주일에 40시간, 1일 8시간을 기본으로 일주일에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주일 최대 법적노동시간은 52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주일을 7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부는 5일이라고 해석한다. 때문에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대 68시간의 근로가 가능하다. 한편, 노동개혁 5대 법안에서 변경되는 것은 일주일을 7일로 해석하는 것이다. 기본 52시간의 노동에 노․사간에 합의된 8시간의 연장근로를 포함시켜 일주일 총 60시간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것보다 더 긴 시간이다.  이에 대해 최 간사는 “신규고용 창출을 위해서 한 사람을 오랜 시간 고용하는 것보다 두 사람을 고용했을 때의 이점이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재량근로제는 서면으로 합의된 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정부는 이 제도를 시장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실질 노동시간이 서면 노동시간보다 긴 연구직, 기자, PD와 같은 화이트칼라의 임금 축소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 탄력화도 문제가 된다. 현행 제도로는 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을 확대하면 사용자 측은 비수기 노동시간을 줄이고 성수기 때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임금피크제, 청년고용창출을 위한 것인가? 
노동개혁 법안 중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임금피크제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특정 시점부터 임금을 깎는 제도다. 정부가 제시한 이 정책은 외국의 제도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외국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외 기간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지만, 정부는 정년 내 기간의 임금을 줄이고자 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기간동안 같은 노동을 하는데 동일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직장에서 정년까지 가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의 ‘대규모’ 고용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실질적으로 고용이 창출된다고 해도 가계 수입에 있어 자녀의 낮은 수입보다 가장의 수입이 유지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비정규직 2년에서 4년으로?
노동개혁에서 또 다른 화두는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키는 법안이다. 한국의 노동 형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뉜다. 비정규직은 일정 기간 동안 계약한 노동 형태인 반면, 정규직은 법률적으로는 기간의 제한이 없는 근로자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규직의 의미는 안정적이고 처우가 보장되는 일자리로도 해석된다. 이와 반대로 한국의 비정규직은 낮은 임금을 받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고용형태이다.
비정규직 제도의 폐해는 2년 동안 근로를 해도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정규직 전환에는 어떤 강제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간제 사용 기간을 4년으로 늘리더라도 4년 후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한 폐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건
최 간사는 “국가는 보편적인 복지 정책을 통해 시민의 삶을 보장해야 하지만 한국사회는 복지를 개인과 기업에 떠넘겨 왔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가 한국식 연공형 임금체계인 ‘정년보장’과 ‘호봉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을 통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내의 복지체계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만으로 이뤄졌다. 가정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년을 보장했고 나이가 들수록 부양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대비해 연공서열을 통한 호봉제를 도입했다.
한국 사회는 취직 여부와 함께 ‘어느 회사에 취직했느냐’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에 차이가 있다. 가장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할 경우, 기업 복지로 비교적 자식의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가장이 자영업자이거나 중소규모의 직장에 근무하면 그렇지 않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기업 복지를 줄이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노동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대신 새로운 고용창출을 독려한다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합의되지 않은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축소하면 시민들의 삶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더불어 안정적인 직장이 줄어든다는 것은 전반적인 노동자의 삶의 질이 하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민수<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개혁에 있어 시대적 요구와 청년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노동개혁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시대적인 맥락과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것이다. 기본적인 삶의 요건을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사회, 사회의 완충망 역할을 기업에게만 떠넘기는 사회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국가 시스템이 시민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복지 국가로의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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