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이 네 끼니가 될 때
내 시간이 네 끼니가 될 때
  • 윤가은 기자
  • 승인 2016.04.09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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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노동은 몇 푼 되지 않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들의 땀은 어떤 잣대로도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열기 넘치는 더운 부엌에서 따뜻한 밥을 퍼주는 사람들의 모임인 십시일밥은 어떤 단체이며, 어떤 일을 할까?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십시일밥의 한양대학교 대표 최준영<십시일밥> 이사를 만나봤다.

Q.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봉사의 운영과 참여의 주체가 대학생인 십시일밥은 독립적인 비영리단체입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봉사자 100명, 운영진 25명, 그리고 이사 1명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봉사자는 우리 학교 학생식당인 △나누리 △사랑방 △생활대 식당 △신소재공학관 식당 △한양플라자 식당 이렇게 다섯 곳에서 점심시간 동안 식당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봉사자가 식당으로부터 받는 임금을 모아 해당 식당에서 다시 식권을 구매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나눠주는 것이 십시일밥이 하는 일입니다.

Q. 누구에게 혜택이 가나요?
십시일밥의 활동이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라 오해하는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그런 상황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입니다. 십시일밥은 봉사자가 아주머니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의 가장 바쁜 시간에 추가 인력이 투입되는 방법으로 운영됩니다. 점심시간은 식당에 사람이 집중적으로 몰려 인력이 가장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식당 입장에선 이 특정 시간에만 일해 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십시일밥 봉사자가 그 시간에 추가로 들어가 일을 돕는 것입니다. 식당 측도 이런 방법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며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이념은 ‘사랑의 실천’인데 십시일밥은 학교 안에서 학교 학생들과 그 이념을 실현하고 있어 학교 측의 협력도 얻고 있습니다. 일례로 학교에서 한양사회봉사 안에 십시일밥을 포함해 한양사회봉사 활동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십시일밥이 지향하는 목표는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입니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참여자들의 상생이 필수적이고, 십시일밥이 그런 상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봉사하고 도움을 받고, 학교는 이념을 실천하고, 식당은 필요 인력을 얻는,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이 관계가 오래 지속되길 바랍니다.

Q. 어떻게 도울 수 있나요?
봉사자 모집 공고가 뜨면 카카오톡 아이디 ‘십시일밥’으로 이름과 학교, 연락처를 보내시면 됩니다. 모집은 학기 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평상시에도 봉사자로 신청할 수는 있으나 보통 인원이 차있기 때문에 그 다음 학기부터 봉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봉사자는 선착순으로 받고 점심시간 전후로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시간표를 참고해 요일과 시간, 식당을 배정받은 봉사자는 일주일에 한 시간 또는 한 시간 반을 배식, 식기 정리, 잔반 모으기 등의 일을 하며 식당을 돕습니다. 봉사 기간은 한 학기이며 새로운 봉사자 모집도 매학기 이뤄집니다. 그러나 재신청이 가능해 이전 학기 봉사를 했던 학생이 다시 신청하는 경우가 꽤 있는 편입니다.

Q. 어떻게 도움 받을 수 있나요?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국가장학금 신청 확인증 △기초수급가구 확인증 △식권이 필요한 이유 이 셋 중 하나를 골라서 자신의 정보(이름, 학교, 연락처, 주소)와 재학증명서를 함께 첨부해 십시일밥 사무국 메일(tenspoonforyou@gmail.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식권은 이렇게 직접 신청하는 학생에게 우선적으로 등기우편을 통해 보내드립니다. 남는 식권은 학생 소득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학교 근로장학처에 전달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배분하고 있습니다.

Q. 바라는 점이 있나요?
우리 학교의 경우 다른 대학보다 홍보가 잘 돼있어 봉사자로 참여하는 학생 수가 많습니다. 또 동문으로부터 기부금도 많이 받고 있어 식권의 공급도 많은 편입니다. 그에 비해 식권을 신청하는 학생은 적어 아쉬운 마음이 큰데, 앞으로는 도움이 절실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식권을 나누고 싶습니다. 또 올해의 목표는 십시일밥에 참여하는 대학을 20개까지 늘리는 것입니다. 십시일밥은 학교, 식당, 학생 개인 이렇게 세 박자가 모두 맞아야 진행될 수 있기에 이뤄지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 초만 해도 12개이던 참여 대학이 벌써 4개나 늘어 16개가 됐으니 연말까지 20개 대학으로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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