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문화가 되다
#(해시태그), 문화가 되다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04.09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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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기호(#)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숫자를 가리키는 기호로, 국내에서는 전화기 제일 아래 오른쪽에 달린 기호로 익숙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해시기호의 모양을 닮은 한자의 이름을 빌려와 흔히 ‘우물정자’로 부르고 있다. 음악분야에서는 이 기호를 반음을 올린다는 뜻의 ‘샵’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IT업계에서 ‘#’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흔하게 사용된다. C언어에서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명령어 앞에 붙일 기호로 1987년에 해시기호를 도입했다. 앞서 설명한 것들은 아직까지도 우리 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해시기호의 역할들이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는 이 해시기호를 ‘해시태그’를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해시태그의 신상공개
해시태그(hashtag)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에서 특정한 단어 또는 문구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기능이다. 그 이름도 해시기호를 써서 게시글들을 묶는다(tag)는 것에서 유래했다. 해시기호가 이렇게 ‘정보를 묶는다’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은 1988년 핀란드에서 개발된 IRC(Internet Relay Chat)라는 인터넷 채팅 서비스에서 였다. 이 서비스 덕분에 인터넷이 연결된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IRC 네트워크 안에서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기에 채팅의 주제나 그룹을 지정하는 기능이 필요했고, 이에 해시기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IRC에서 특정 주제를 묶을 때 해시기호를 쓰는 방법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은 바로 오픈소스 운동가 크리스 메시나였다. 그는 트위터라는 SNS에서 수많은 단문의 메시지들이 오고 가는 것에 주목했고, 그 메시지 안에 담긴 정보가 쉽게 흩어져 버리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2007년 8월 해시기호를 사용해 특정 주제를 묶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트위터 측도 이를 받아들였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아는 ‘해시태그’의 탄생 배경이다.

물론 그 이후로 해시태그가 대중적으로 쓰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명실상부 SNS에서 사용하는 가장 성공한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트위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폴라 등 많은 SNS에서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해시태그의 등장 전까지는 글의 카테고리를 분류하는 것이 기술자 혹은 페이지 관리자의 일이었다면, 지금은 대중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말로 정보를 분류할 수 있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해시태그는 카테고리의 분류와 함께 검색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특정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찾아 볼 수 있다.

해시태그, 기술에서 문화로
IT기술에 더 가까워 보이는 해시태그는 이제 그 영역을 넓혀 문화로까지 발돋움하고 있다. 먼저 해시태그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SNS 이용자들은 ‘#데일리룩’, ‘#맛스타그램(맛집+인스타그램)’과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해 자신의 일상을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사용자들이 새로운 해시태그를 만들어서 ‘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하는_몸무게를_써보자’와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이 바라는 몸무게를 게시글에 쓰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해시태그의 창작자인 크리스 메시나는 “해시태그는 애매모호하거나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이용자들은 이 기능적인 면을 파괴하는 것에서 재미를 찾고 있다.

해시태그가 일종의 놀이 수단으로만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해시태그는 집단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의 거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가 은퇴했을 때, ‘#고마워연아야’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했었다. 외국의 경우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훌륭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오스카상과 인연이 없자  배우의 팬들에 의해 ‘#GiveLeoAnOscar’라는 해시태그의 이용빈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이야기 외에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메시지가 해시태그를 통해 확산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외국에서 이뤄진 ‘#BringBackOurGirls’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들 수 있다. 2014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나이지리아의 한 여학교를 습격해 270명의 여학생을 납치한 사건에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포함한 많은 유명 인사들이 학생들을 돌려 달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했다. 덕분에 이 납치 학생 반환 운동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학가에서도 학생들이 대학 학과 통·폐합의 움직임을 막는 운동을 위해 해시태그를 이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건국대의 영화학과, 영상학과이다. 학교 측이 논의 없이 두 학과의 통·폐합을 발표하자, 학생들은 ‘#saveKUMI’, ‘#saveKUFILM’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통·폐합 반대 운동에 동참을 부탁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 운동에 공감을 표했으며, 여러 연예인들도 그들의 움직임에 도움의 손을 뻗는 등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앞선 예시들을 봤을 때, 해시태그는 우리의 삶에 밀접한 문화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기술이 만인의 문화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에 안홍규<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인천지회> 지회장은 해시태그의 ‘전달력’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게시글보다 2배 이상의 전달력을 가지게 된다”며 해시태그의 전달력을 강조했다. 해시태그의 검색 결과는 포털에서 이뤄지는 것보다 그 질이 더 높다. 포털은 선별된 정보만 보여주는 반면, 해시태그는 같은 태그가 달린 모든 콘텐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해시태그를 이용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전달력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 방식에 해시태그를 적극 이용하는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안 지회장은 “특히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모바일을 통해 얻는 만큼 해시태그의 전달력과 파급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해시태그는 사람들 속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자유’라는 이름의 양면성
그러나 해시태그 사용법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과도한 해시태그의 이용이다. 원래 해시태그는 게시글의 주제를 분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기능이지만, 과도한 마케팅이나 혹은 SNS상의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서 문장의 어절마다 해시태그를 설정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해시태그의 정상적인 기능인 검색에 있어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음란물 유포’에 있다. 글을 올리는 과정에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에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이 유통되기가 쉽다. 주소현<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4> 양은 “해시태그 검색을 할 때, 관련없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음란물이 뜨는 경우가 많아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해 SNS사용에 음란물 문제가 큰 불쾌감을 주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한 브랜드에 악의적으로 해시태그를 걸어놓고 허위사실이나 반사회·윤리적인 게시글을 쓰는 경우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해시태그가 이용자의 자유로운 활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시태그 사용방식 문제에 관해 안 지회장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해시태그를 남발하게 되면 처음 목적과는 다르게 질이 낮은 ‘쓰레기 정보’가 모일 확률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고 모인 정보가 사회적으로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규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근거를 밝혔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제재가 힘들다”며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차단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이에 안 지회장은 “규제가 없는 상황이니만큼 SNS이용자들이 분별력있게 글의 성격을 나타내는 해시태그를 달고 쓰레기 정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용자들에게 현명한 해시태그 이용을 권했다.

도움: 안홍규<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인천지회> 지회장
이미지 출처: ①페이스북 페이지 Save Kufilm
②위키미디어 C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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