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
[장산곶매]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04.03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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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편집국장
지난달 17일 발표된 코어(CORE)사업 결과에서 한양대학교는 수도권 7개 대학 중 한 곳으로 선정돼 3년간 69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그간 코어사업은 학생들로부터 소위 ‘날치기’라는 비판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견도 듣지 않고 기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코어사업에 선정된 이후 인문대 건물 내부 벽에는 코어사업에 부정적 의견을 제기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은 사업 신청 및 기획까지 모든 과정에 학생들과의 소통이 없었던 점과 융합이라는 미명하에 도구화한 인문학이 아닌 순수 인문학 강의를 듣고 싶은 학생들이 입을 피해, 그리고 3년이라는 한정적인 기간만 진행되는 점을 들어 코어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학생들의 대자보 바로 옆에는 인문대 학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모두 함께 갑시다’라는 제목으로 코어사업의 선정결과 및 앞으로의 진행 계획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학생들에게 코어사업의 긍정적인 면을 얘기한 것이다.
급하게 마련된 인문대 학장과 각 학과 대표자들의 간담회에 참여해서 듣게 된 코어사업 선정의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우선 학생들이 우려하는 ‘순수 인문학 강의의 축소’는 코어사업 선정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었다. 학교 전체적으로 모든 강의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 이는 인문대만의 문제가 아닌 학교 전체의 문제였다.
또한 코어사업에 선정되면서 생긴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다. 인문학에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넓고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싶었던 학생들에게는 폭넓게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데다 장학금 및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현장답사를 자주 나가는 인문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답사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답사를 갈 수 있다는 점도 인문대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물론 이 모든 혜택은 국가로부터 지원비를 받는 3년 동안만 이뤄지게 된다. 새롭게 개설되는 세 가지 트랙은 향후 8년간 유지가 되지만, 그 트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전액 장학금 혜택은 지원비가 끊어지는 3년 이후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제기했던 ‘그래서 지원금을 받고 난 3년 후에는요?’라는 질문에는 확답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가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의사조차 묻지 않았던 행정에는 분명 잘못이 있었다. 이는 결과와 별개로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한 달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을 제시한 교육부 측에도 문제가 있다. 억대의 지원금이 주어지는 큰 사업의 기획서를 고작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준비해 제출하라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어사업은 진행됐고, 한양대학교는 사업에 선정됐다. 학교 측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액수의 지원비를 받게 돼 인문대에서도 새롭게 예산을 배분하고 계획을 수정하느라 어떠한 것도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대 측은 학생들이 우려하는 ‘3년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금이 끊어져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수행인문학’처럼 단기적인 반짝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끊임없이 보완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차후에 인문대에서 진행할 코어사업 전체 설명회에 관심을 갖고 부족한 점이나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내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논란 끝에 69억 원이라는 큰 금액을 받게 된 국가사업을 현명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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