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죽음, 나의 삶
나의 죽음, 나의 삶
  • 윤가은 기자
  • 승인 2016.04.02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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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곧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자 했던 우리 학교 학생 두 명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재원<공학대 산업경영공학과 14> 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오래 입원해있어야 했던 때가 있어요. 그때가 지금까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사고당하기 전까지 육상 선수로 활동했거든요. 더는 육상 선수로 뛸 수 없는 몸이 돼 병원 침대에 누워 있으니 삶이 회의감으로 가득 차더라고요. 그때 죽음을 생각했어요. 앞으로의 삶에 자신이 없어지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 이후로 어떻게 달라진 삶을 살고 계신가요?
그 사고 이후로 ‘웬만한 일에는 후회하지 말자’는 삶의 모토가 생겼어요.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 거예요. 물론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죠. 저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있다 해도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할 것 같고요. 그러니 지금 후회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죽음이 두렵나요?
죽음 자체가 두렵진 않아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어쨌든 죽음은 예정된 것이니까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흔들림 없이 평소 하던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겠죠.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떠났으면 해요. 떠나기 전 조금씩 작별 인사를 고하며 주위 사람에게서 서서히 멀어지고 싶어요.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가 누구에게도 슬픔도, 영향도 주지 않고 조용히 잠을 자다 떠났으면 좋겠어요.

그의 버킷리스트
1. 하루 동안 마음 편히 휴식하기
2. 쉴 틈 없이 걷기
3. 머리 아플 때까지 명상하기
4.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돌아보기
5. 주위에 내 존재를 강력히 알리기


김유나<경금대 경제금융학부 14> 양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수능을 한 달 앞둔 날이었어요. 지루하게 반복되는, 타성에 젖은 시기에 갑자기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저를 덮치는 거예요. 그 시기엔 무서워서 잠도 못 자고 깨어있을 때도 죽음을 생각하며 보냈어요. 하지만 대학에 오고 연애를 하고 바쁘게 보내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덜하지만 그때보다 죽음을 더 두려워 하게 되는 날이 또 올 것 같아요. 죽음만큼 필연적이고 또 가까운 것은 없으니까요.

그 이후로 어떻게 달라진 삶을 살고 계신가요?
그때 이후로 죽음은 제게 평생 안고 가야 할 문제로 남았어요. 나이가 들어도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은 없애지 못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요. 오히려 요즘에는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어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죽기 전엔 되겠지’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해요.

죽음이 두렵나요?
한창 죽음을 생각할 땐 숨이 끊어지는 그 시간의 지점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 싫은데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한순간에 유에서 무로 바뀌는 상황과 죽으면 육체와 함께 영혼도 사라진다는 사실이 두려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두렵지 않아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요?
인간은 사람 사이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는 사회적 존재인데 의식이 없어 교류를 못 한다면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거예요. 그래서 온전한 의식이 존재할 때까지만 살고 싶어요. 또 어떤 작곡가는 지인에게 자신이 좋아하던 슈베르트 피아노곡의 연주를 부탁해 그 음악을 들으며 죽음을 맞이했다고 해요. 그런 멋있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요.

그녀의 버킷리스트
1. 정말 좋아했던 사람의 기억을 잊을 만큼 뜨거운 연애하기
2. 생일 때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케이크 받아보기(김 양의 생일은 현충일이다)
3. 정말 좋아하는 일 찾기
4. 공기 좋고 미세먼지 없는 영어권 국가에서 1년 이상 살아보기
5. 옛날 국어 교과서 삽화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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