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진 않아도, 해로울 수 있는 혼밥
외롭진 않아도, 해로울 수 있는 혼밥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03.19
  • 호수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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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건강한 식문화로 만들어가야

혼밥, 우리 사회가 만든 문화

사회가 파편화되면서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특히 혼자 밥을 먹는 (이하 혼밥) 사람들의 수가 매해 늘어가고 있다. KBS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성인 중 30%는 점심을, 20%는 저녁을 혼자 먹는 것으로 드러나 성인의 다수가 ‘혼밥족’(혼밥을 하는 사람)임이 드러났다.

혼밥이 사회적으로 확산된 이유로 먼저 1인 가구의 증가를 들 수 있다. 현대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6.5%이며, 이들은 △가족의 해체 △고령화 △도시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즉, 혼자 살고 있다는 물리적인 상황으로 인해 혼밥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족 구성원들의 외부활동이 이전보다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활동과 자녀의 교육이 외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가족이 함께 집에 모여서 밥을 먹기가 힘들어졌다. 결국 외부활동을 하는 도중 식사를 하게 돼 혼밥족이 증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달한 기술로 인해 인간의 귀찮음, 일명 귀차니즘이 발동됐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지금은 집에서 클릭만하면 갖가지 음식들이 집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나가서 식사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언제든 다양한 메뉴를 혼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는 이들을 잡기 위한 메뉴와 제품을 활발히 만들어내고 있다. 죠스떡볶이는 1인 고객을 위해 떡볶이, 순대, 튀김을 알맞은 양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했고, 편의점에선 혼밥족들이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혼밥은 더 이상 소수의 문화가 아닌 다수가 향유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20대의 혼밥
20대들은 혼밥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단순히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닌 외부활동 중 특정한 이유로 인해 밥을 혼자 사 먹는 것으로 축소시켜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본지에서 한양대학교 학생 총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 중 77.8%의 학생들이 혼밥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응답자 중 47.7%가 혼밥을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1%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조사 결과로 미루어 봤을 때, 대학생은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하기 보다는 혼밥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20대는 10대 때 받았던 간섭으로 인해 자유를 추구하려는 성향이 가장 강한 세대”라며 “그로 인해 혼자가 주는 편안함을 크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혼밥을 해봤다고 말한 응답자 중 43.3%가 혼밥을 하면서 주변의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많은 학생들은 “혼밥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이 문제”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 씨는 “혼밥을 하면서 느끼는 시선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에서도 혼밥은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대학생들도 혼밥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20대들의 혼밥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아직 개인화된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같은 일정을 공유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혼밥을 할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학에 올라와서 보는 혼밥 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혼밥족에게 보내는 경고
앞서 20대들은 혼밥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혼밥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의학계와 영양학계에서는 혼밥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논문 「혼자 먹는 식사에 대한 남녀 인식 및 식행동 비교」에 따르면 61.7%에 이르는 사람들이 혼자 식사하는 경우, 식사시간이 약 5∼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절한 식사시간이 적어도 20분 이상인 것에 비하면 매우 짧은 편이다. 보통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대화 상대가 없기 때문에 먹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을 하게 돼 대체적으로 혼밥족이 급하게 식사를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소화불량을 포함한 다른 질병들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식사시간이 짧아지게 되는 경우, 사람들은 충분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서 더욱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되고, 이는 비만을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연구팀은 690칼로리의 식사를 5분 이내로 하게 되면 소화관에 무리를 초래해 절반 이상이 위산 역류를 경험하거나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빨리 먹는 습관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과를 떨어뜨려 우리의 몸을 각종 성인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혼밥이 건강에 좋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음식에 있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48.3%의 학생이 혼밥을 할 때 주로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은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많다. 이영미<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두 곳의 음식들은 지나치게 기호와 편의성에 치중하다 보니 더 자극적인 맛을 내려하고 이로 인해 나트륨과 지방의 함량이 매우 높은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지면 짜고, 단맛만을 찾고 음식의 영양성분은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습관은 학생들이 중년이 되고 난 후 만성 대사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이며 혼밥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을 역설했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혼밥이 건강뿐 아니라 자연환경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혼밥족이 늘어나면 기업은 그들을 노려 소량 포장된 품목을 상품화하는데 힘을 쓰게 된다. 하지만 이때 쓰이는 포장재들은 대부분 일회용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로 돼 있어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문화평론가 김 씨는 “많은 혼밥족들은 혼자 먹는 것이 외롭지 않다는 것에만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해로운 면에 대한 논의는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혼밥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지점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해로운 혼밥족’에서 벗어나자
위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새로운 움직임도 포착된다. 바로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라는 현상이다. 소셜 다이닝은 고대 그리스의 식사 문화인 ‘심포지엄’에서 비롯된 것으로 식사를 매개로 모르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대학가에도 특정 대학 단위로 혼밥족 학생들을 묶어주는 소셜 다이닝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지난해 3월, 서울대에서 혼밥족을 대상으로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을 쉽게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 ‘두리두밥’이 출시됐으며 시간과 위치를 선택하면 다른 혼밥족과 연결시켜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소셜 다이닝은 정기적인 만남을 할 필요가 없어서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문화평론가 김 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는 개인적인 공간과 유대가 적절히 섞인 느슨한 집단주의를 선호할 것”이라며 “그럴수록 소셜 다이닝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과 타인과 모일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소셜 다이닝은 혼밥을 대체 할 수 없다. 이렇게 혼밥족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건강하게 식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사진 ③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식품구성자전거’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의 비율이 나와 있다. 이를 참고해 매끼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중심으로 식사를 구성한다면 건강한 혼밥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건강한 식사를 하기 위해선 적당한 식사 양을 지키는 것도 필수적이다”라며 혼밥 시의 유의점을 전했다.

도움: 문화 평론가 김헌식 씨, 이영미<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진 출처: ②조선닷컴(2015.03.22), ③보건복지부,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2015 

참고 자료: 「혼자 먹는 식사에 대한 남녀 인식 및 식행동 비교」, 이영미 외 3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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