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성적 장학금 폐지 찬반
[설왕설래]성적 장학금 폐지 찬반
  • 이영재, 오현지 기자
  • 승인 2016.03.19
  • 호수 14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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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장학금 폐지가 아닌 장학금 확충이 더 중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성적장학금 폐지는 결국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후 0~2분위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3분위부터는 지원서를 평가해 장학금 지급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장학금 없이는 학비가 큰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성적장학금이 폐지된다면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들 또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만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는 결국 저소득층 학생들이 짊어지고 있던 짐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대로 옮겨진 것일 뿐, 전혀 평등한 제도라 볼 수 없다.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성적장학금 제도 폐지가 곧 또 다른 차별을 낳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물론 학생들이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 차원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비 지원을 위한 공익적인 이유에서라면 성적장학금 폐지가 아닌 장학금 확충과 같은 다른 방안을 내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
성적장학금 폐지의 이유 중에는 심화되는 경쟁의 완화가 있다. 물론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 교육에서만큼은 경쟁을 잊고 학문에만 온전히 집중하길 바라는 학교 측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성적장학금이 공부를 해야 하는 최대이자 최선의 목표이다. 노력의 끝에 있는 장학금이라는 보상은 경쟁 심리를 발동시키는 것이 아닌 학문에 대한 의욕과 열정으로 발현될 수 있다. 그런 장학금을 ‘경쟁을 줄여주겠다’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없애버리는 것은 근시안적인 결정일 수밖에 없다.

평등, 외면할 수 없는 가치

지난해 10월, 고려대학교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장학제도 개편은 시대변화에 따른 좋은 결정이다. 성적장학금이 사라진다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 공부를 그만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난한 학생에게 돈은 생존의 문제이다. 누군가에게는 보너스 같은 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학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할 수도 있다. 당장 생활자체도 불가능한 계층은 남들이 놀고 공부할 시간에 따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성적 장학금 폐지에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학비 부담이 없는 부유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적에 따른 차등적인 장학금 보다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배분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지식의 상아탑에서 만큼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부는 자신의 개인적 목표를 위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했다고 성적 장학금 같은 보상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사회는 표면적으로는 평등한 교육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수월성 교육을 중심으로 한 효율을 중시하고 있다. 인재가 이끄는 단기 압축 성장의 성공 사례에 근거해 평등보다는 효율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학금의 본래 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 장학금 폐지는 당연한 결정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장학금까지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진정한 ‘평등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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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8:57:23
이 글은 성적장학금 폐지에 대한 논란과 이를 둘러싼 여러 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폐지 결정은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다른 방안으로 장학금 확충을 제안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평등 구조를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