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흔적이 갖는 의미
당신의 흔적이 갖는 의미
  • 한소연 기자
  • 승인 2016.03.12
  • 호수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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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경주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이에는 구석기, 신석기 시대에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이 지루했고 고리타분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돼 다시 찾아간 박물관은 과거와는 달리 흥미로웠다. 과거 인간이 남긴 흔적들로부터 그 시대를 유추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단순한 흔적이 당대의 사회상, 문화상 등 전반적인 것을 알려준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치던 소소한 것들에 소중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발달된 문명 아래 인간은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여유롭게 보이진 않는다.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일정 조정을 하는 현대인이 문화인으로서 문화생활을 하는 게 어림없기는 당연지사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구가, 아니 우주가 준 선물과도 같은 흔적이 자연사 박물관에 있다. 가끔은 그 선물과도 같은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삶 속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신촌역에 내려 찾아간 서대문구 자연사박물관은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다소 높은 언덕을 걸어 오르느라 힘이 풀렸지만 박물관에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공룡 목조품에 고단함을 잊어버렸다. 과거 흥미롭게 봤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입을 떡 벌리고 살펴본 박물관 1층 안내를 보니 3층에서 2층, 그 다음에 1층 순서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해서 보기 시작한 3층 지구환경관은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의 지구, 그리고 그 범위를 좁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모습까지 소개했다. 태양계의 행성, 지진, 화산 등의 역동적인 지질현상, 동굴의 형성과정, 여러 광물과 암석들이 전시돼 있었다. 평소 우주를 동경했던 기자는 태양계를 설명하는 전시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 중 지구 내부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사진과 글로써 설명하는 것이 아닌, 입체적인 구에 지구 내부를 설명하는 영상을 빔으로 쏴 설명하기도 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과학적인 내용을 시각적인 효과로 이해의 어려움을 덜어 내는 전시기획 구성이 획기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광물의 소개였다. 지질 현상의 영향으로 형성된 광물들은 다양했으며 번쩍이는 보석들을 실제로 보게 되니 눈이 번뜩이기도 했다.
지구환경관 관람을 다 마치고 찾아간 2층 생명진화관은 그 입구부터 충격적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아시아 코끼리 모형이 생명진화관을 경호라도 하듯 당당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섭게 서 있는 코끼리의 눈치를 보며 입장한 생명진화관은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고생대의 삼엽충, 중생대의 공룡, 신생대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온 생명의 진화과정에 대해 전시하고 있었다. 인류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들은 최초 인류의 모습,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의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직립 보행을 시작하며 보행으로부터 해방된 팔은 인간이 도구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은 인류의 뇌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서두에 언급했던 단순한 것들이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끼기에 아주 좋은 정보이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자는 2층의 전시물들이 가장 좋았다. 생명진화관에 전시된 수많은 육상, 해상 동물들의 모형과 간간히 전시된 박제품, 그리고 사람의 모형까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처럼 전시 관람이 마감되면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과거의 역사만 봤다면 1층 인간과 자연관에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해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이 다수를 이루었다. 특히 지금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들의 정보와 실제 모습은 정말 강원도 산골짜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며 혜택을 주고 있는지와 한국 생태계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전시 구역에서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이 두루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부터 3층까지의 전시관 말고도 실외로 나가면 화석 찾기 놀이공원, 공룡 미끄럼틀 등 활동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인 과학 강연과 체험 교실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청각실과 가상 체험실이 마련돼 있어 입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여기서는 가상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볼 수 있다. 서대문구 자연사박물관은 9시부터 18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2,000원에서 최대 6,000원의 저렴한 관람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는 이 시기에 햇살 좋은 날이 있다면 자연사 박물관에 찾아가 자연이 준 선물을 직접 체험하고 오는 것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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