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거사, 아직 잊혀지지 않았다
일본의 과거사, 아직 잊혀지지 않았다
  • 한대신문
  • 승인 2006.05.14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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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네이버에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일본 성우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라있었다. 그의 이름은 ‘세키 토모카즈’. 호기심에 그의 이름을 클릭해보니 지식인과 블로그에 쏟아지는 글들에 머리가 핑핑 돌 정도였다.


대충 살펴보니 그 성우가 작년에 한 행사에 참석한 한국인에게 ‘기미가요’라는 글귀를 적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글 내용에 관련해서 수많은 글과 덧글들이 올라와있었다.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이지만 일본 국민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우익적인 성향이 강한 노래이다. 일본 내에서도 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해서 폐지되었다가 지난 1999년 다시 법제화되었던 것인데,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과거사를 생각해보더라도 그런 글을 한국인에게 적어주었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


또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성우를 지지하는 한국에 있는 그의 팬들이었다. 그 성우를 지지하고 있는 측은 오히려 글을 올린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하고, 그 성우가 원래 괴짜이니 그냥 장난으로 넘어가도 되었을 텐데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고도 하고, 잘 모르고 한 행동인 것 같은데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 라는 식으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장난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과거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그는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는 평소에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과연 ‘모르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우리나라에 일본사람들을 ‘쪽바리’, ‘원숭이’라고 비하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우리나라사람들을 ‘조센짱이라 비하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최소한 일본 사람 앞에서는 그런 말을 삼가는 것처럼, 그 사람도 그러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그를 옹호하고 이해하고 감싸려 드는 사람들이었다. 마치 그들은 그 성우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빠진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그를 감싸고 들었다. 물론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상대를 감싸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경우가 다르다. 진정으로 그 성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 경우에는 오히려 그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 것이다.


이 문제가 순식간에 널리 퍼지고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그 성우의 소속사측에서 공식사과문이 올라왔다고 기사까지 올라와있었다. 그러나 그 사과문을 읽어보니 진심이 담겨있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형식상 글을 보냈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식민지 피해국가인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요즘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당시 자신의 국가의 만행에 대한 생각이 그리 깊지 않다고 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공동전범국이었던 독일의 국민들이 히틀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유태인들에게 미안해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물론 그 역시 그런 무심하고 안일한 젊은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공인이다. 그런 공인이 한국 사람에게 ‘기미가요’라는 글귀를 써주었다는 것은 독일의 연예인이 유태인 팬에게 ‘히틀러만세’라는 글을 써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부디 이 문제가 단순한 일회성 논란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일본 내에도 널리 알려져서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안일한 생각에 일침을 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보라 <경영대·경영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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