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신) 고흐, 서울역에 오다
新(신) 고흐, 서울역에 오다
  • 윤가은 기자
  • 승인 2016.02.29
  • 호수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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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우산이 바람에 날려 멀찍이 떨어진 다른 스크린의 다른 작품으로 들어간다. 경쾌하고 웅장한 음악 안에서 꽃잎이 흩날리고 나비가 나풀거린다. 터너, 모네, 르누아르, 드가를 지나 음악이 잔잔한 기타 선율로 바뀌며 반 고흐의 그림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전원생활을 늘 그리워한 반 고흐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문화역서울 284(구서울역사)에서 열리는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에선 반 고흐의 그림이 영상과 음악이 된다. 이런 미디어아트 형태의 예술은 생소하다. 이번 전시의 연출을 맡은 김철식<미디어앤아트> 감독은 미디어아트를 일컬어 “전통 회화법이 아니라 전자 혹은 미디어 기기를 이용해서 예술을 표현하는 큰 범주”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반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따라 4개의 존(zone)으로 나뉘며, 모든 공간이 캔버스 그 자체다. 돔과 천장, 창, 발, 벽, 스크린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가득하다. 구름과 하늘과 밀밭은 그의 최후를 향해 질주한다. 그림이 빠른 속도로 공간을 지나쳐간다. 동적인 그림에 감정을 넣어주는 건 음악이다. 각 존의 컨셉에 맞게 작곡된 음악은 영상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반 고흐에게 영향을 미친 점묘법 예술가들의 작품은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통통 튀는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김 감독은 “기존의 백그라운드 뮤직과는 달리 이번 전시의 음악은 작품 자체를 훨씬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각 존을 잇는 길목엔 체험존이 자리하고 있다. ‘고흐의 아뜰리에’와 ‘반 고흐 도서관’이 그것이다. 액자 속 사진이나 책 속 그림에 태블릿을 가져다 대면 그 사진을 배경으로 반 고흐의 그림이 태블릿에 나타난다. 태블릿 속 그림이 움직이기도 한다. 또 ‘밤의 카페’에선 특수 기기를 착용해 가상으로 구현된 반 고흐의 그림을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
서울 여행 중 전시를 찾은 김혜인<경산시 진량읍 22> 양은 “그림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던 것이 새로웠다”며 “화려하고 다양한 자극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전시를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반 고흐 전을 열면서 김 감독은 “반 고흐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가인데 천편일률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번 전시로 그의 다른 면도 주목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다소 이질적이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탄생하는 현장에 많은 분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4월 17일까지 열리며 성인은 15,000원, 대학생은 13,000원이고 월요일은 휴무이다. 전시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고 마지막 입장은 오후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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