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우리가 추우면 그들도 춥습니다
[장산곶매]우리가 추우면 그들도 춥습니다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01.04
  • 호수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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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3일, 페이스북에서는 10년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해 온 한성대학교의 경비원 김방락 씨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은 사실에 대한 뉴스가 돌며 화제가 됐다. 그가 해고된 이유는 무인경비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한 경비 인력의 감축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성대학교 측은 해고 배경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일하던 직장에 애정을 가지고 기부하던 소위 ‘천사’가 졸지에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대학교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학교 및 업체 측으로부터 기본적인 배려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는 몇몇 특정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지난 12월, 우리 학교에서도 용역업체 측에서 실시한 이벤트가 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청소 노동자들이 쓰는 빨간 산타 모자를 그들이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글이 올라오며 학생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해당 게시글은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한 청소 노동자가 그 모자를 쓰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과 불만 섞인 반응을 토로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댓글에는 ‘청소 노동자들이 쓰는 빨간 모자를 그들이 원치 않는데도 쓰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다수였다.
이렇듯 대학에서 근무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는 매년 이뤄져왔다. 하지만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도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게 현실이다. 청소·경비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커서 저런 일 한다”는 식의 말을 자식들에게 하는 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 및 경비 노동자들의 일이 ‘저런 일’로 분류되며 무시받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달리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청소 노동자들이 높은 급여와 처우를 받는다. 몸을 써서 힘든 일을 하는 만큼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많은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예전에는 존경 받는 번듯한 사회인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퇴직을 한 누군가의 부모이며 여전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물론 모든 퇴직자가 청소·경비 노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무료하게 집 안에만 있기 싫어서 일을 하는 누군가의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 사회는 그 사실을 자꾸만 잊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꺼리고 기피하는 직업들을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직종이라 부른다. 하지만 3D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며 사회를 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들이 일하기를 멈추면 우리 사회가 더러워지고(Dirty), 어려워지고(Difficult), 위험해질(Dangerous) 것이다. 현대 사회는 직업의 귀천이 사라진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여전히 그 인식은 잔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한다고 해서 우리보다 낮은 사람들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더럽다 느끼면 그들도 더럽다 느끼며, 우리가 힘들다 느끼는 일은 그들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추운 겨울, 언제 어디서나 묵묵히 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몸은 추워도 마음까지 춥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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