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헬조선, 차세대 리더들이 사용할 용어인가.
[교수칼럼]헬조선, 차세대 리더들이 사용할 용어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15.12.01
  • 호수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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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느 시대나 사회에 있는 냉소주의자들의 은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 제자들조차 이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 보편적 용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니 우리 제자들조차” 하는 당혹감과 함께 오죽했으면 하는 감정이 교차해 가슴이 먹먹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이용자 참여 백과사전 디시위키에서 '헬조선' 항목을 검색하니 이런 정의들이 뜬다. “이 냉소적인 국가관을 담은 단어 '헬조선'이 2~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헬조선'이란 '헬(지옥)'과 '조선(朝鮮)'의 합성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자조적 표현이다.”
이러한 용어에 다수가 공감하는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보다 2014년 취업률이  더 낮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점차 악화되는 취업률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악의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잘 만나 남부러워하는 직장에 쉽게 들어가는 현대판 음서제가 만연한 현실 또한 엘리트 대학생들 사이에서조차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입에 오르내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지난 20년간 대학에서 제자들을 배출한 선생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사회현실, 특히 앞이 보이지 않는 취업절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별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력감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차세대 한국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제자들조차 헬조선이라고 우리사회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하는 것을 선뜻 동조하기는 어렵다. 한국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하다고 하지만 캐나다, 이태리, 프랑스 등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취업난도 한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 하지만 헬캐나다, 헬이태리, 헬프랑스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황상재<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IMF 당시 취업을 앞둔 4학년들은 모두 패닉상태였다. 아끼던 제자 A는 예년에 비해 극소수 인원만을 뽑는 중앙 언론사에 모두 떨어지고 정부에서 인턴비용을 보조해주는 조그만 언론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정식 취업 후 인사하러 왔을 때 나는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풍문으로 소식을 들으면서 마음 한편으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던 제자였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그 제자는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사의 촉망받는 기자로 성장하였다. 누구는 한번에 오르는 계단을 그는 지난 15년 동안 한 계단 한 계단씩 밟아 올라왔던 것이다.
냉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숨 쉬고 있는 사회를 쉽게 비난하고 침을 뱉는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비난하고 등을 돌린 사회를 변화하고 주도할 수 없는 영원한 낙오자로 남을 것이다. 한국이 처한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우리 제자 같은 젊은이들이 아직도 다수이며, 이들이야 말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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