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저도 한번 해봤는데요
평론, 저도 한번 해봤는데요
  • 한소연 수습기자
  • 승인 2015.11.28
  • 호수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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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속에서 상처를 마주하다, 이터널 선샤인

 

프로이트는 꿈을 ‘소원의 성취’라고 정의한다. 단 그 소원은 현실 속 억압된 잔재이며 꿈속에서 위장된 형태로 성취된다. 무의식의 영역인 꿈은 너무나 사소해 오래 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세세한 일까지 끄집어낸다. 그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도 알 수 있듯 프로이트는 환자의 무의식 영역인 꿈을 해석한다. 그러나 그는 환자의 억압된 소원이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다만 복잡한 사태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선택을 할 기회를 줄 뿐이다. 이런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찰리 카우프만과 미셀 공드리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주인공들이 자신의 욕망과 상처를 꿈이라는 무의식의 장치로써 해석하게 하고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주는 과정을 그렸다.
일단 프로이트의 이론은 차치하고 영화의 플롯에 집중해보자. ‘이터널 션샤인’의 플롯은 먼저 역순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조엘이 오열하는 장면은 플롯의 중요 사건인 그의 실연을 짐작하게 한다. 그는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해 ‘라쿠나 사’에게 사랑하는 연인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하고, 조엘이 잠을 자면서 기억은 제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모순적이게도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는 클레멘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꿈속에서 능동적으로 저항한다. 이런 그의 저항은 무의식 속 잠재된 기억까지 살리게 된다.
지워져가는 클레멘타인을 지키기 위해 둘은 깊은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함께 간 클레멘타인은 잠재돼있던 그의 상처와 마주하고 그 속에서 조엘을 구출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이는 어린 조엘이 엄마와 교감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친구들의 괴롭힘에 괴로워하는 어린 조엘을 어린 클레멘타인이 구해주는 장면이 그러하다. ‘문제의 해결은 그 문제와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처럼 조엘은 과거로부터 시작된 자신도 몰랐던 문제들을 무의식 속에서 마주하며 성장한다. 특히 후반부의 푸른 공간은 주인공들이 슬픔과 고통을 거쳐 성찰적 정신세계로 다가갔음을 암시한다.
앞서 프로이트는 환자의 꿈을 해석하지만 그들의 억압된 소원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으며 다만 복잡한 사태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선택을 할 기회를 줄 뿐이라고 했다.
영화 속 ‘라쿠나 사’의 기억제거장치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도구로 작용했다. 그 도구 덕분에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꿈을 해석하고 무의식 속의 상처를 마주했지만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서로의 모욕이 담긴 녹음테이프로 다시 갈등을 겪는다. 서로의 기억 속에서는 지워졌지만 남아있는 녹음테이프가 들려주듯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게 지쳐 욕하고 증오하게 된다는 걸 두 주인공은 안다. 하지만 ‘It's okay’라며 새로운 선택을 하는 둘의 모습은 과거와는 달리 한층 성숙해 보인다.

영화 평론을 잘하는 7계명
1.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가? 계속해서 자문하라.
2. 영화는 예술이다. 작은 극장에서 보고 또 봐라.
3. 메모하라!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4. 책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5. 영화는 종합 매체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촬영 기술, 화면에 구현된 사물의 배치, 사운드 등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6.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영화에 대한 기본서들을 읽어보]면 영화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7. 직접 찍어보라. 시놉시스부터 콘티, 촬영, 편집까지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경험하라.

도움 김호영<국문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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