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은 음식을 싣고
트럭은 음식을 싣고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5.11.07
  • 호수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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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차 뽑았다, 널 먹이러 가

지난 1월에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셰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푸드트럭은 영화로 다뤄질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런 움직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8월 푸드트럭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이 개정됐다. 또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지난 3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캠퍼스 푸드트럭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음식점 그 이상의 푸드트럭
푸드트럭이란 장소를 이동해가며 음식을 판매하는 트럭을 말한다. 푸드트럭은 소비자에게 직접 찾아갈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현재 트럭이 이동하는 위치를 알리는 등 소비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찾아가는 서비스로써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푸드트럭은 식품위생법 규제로 이동 차량에서 식품을 조리해 판매하는 영업 활동과 자동차 관리법상 일반 트럭을 푸드트럭으로 개조하는 것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단속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규제 개혁을 통해 푸드트럭이 합법화되면서 푸드트럭 영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푸드트럭이 우리 사회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던 배경은 크게 소비자와 판매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소비자는 새롭고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고, 판매자는 적은 임대료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음식은 대중문화 상품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라며 “푸드트럭이 갖는 이동성과 간편성이라는 특성이 소비자와 판매자의 밀착된 관계를 형성시킨 것도 푸드트럭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푸드트럭은 자동차 관리법 제3조 제1항 제4호 특수자동차로써 음식을 조리하여 판매하거나 시식용으로 제작된 자동차로 특성상 식품위생법과 자동차 관리법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푸드트럭이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교통안전공사에서 요청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소형~경형 화물자동차로서 적재함 바닥의 면적 0.5㎡ 이상 높이 1.5m 이상일 것 △액화석유가스 가용시설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에 합격한 시설일 것 △적재함은 금속제 내장탑 또는 윙바디의 형태일 것 등이 영업 허가를 위해 갖춰야할 조건이다.


대학생을 위한 푸드트럭 프로젝트
지난 9월 3일부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주관으로 대학생들이 실제 창업하여 운영하는 ‘캠퍼스 푸드트럭 프로젝트’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서강대학교, 연세대학교 인천송도캠퍼스 내에서 협력 양해각서(MOU)에 따라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캠퍼스 푸드트럭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창업교육훈련의 일환으로 캠퍼스 내에서 식품조리, 판매 등 푸드트럭 운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푸드트럭 영업장소 등을 무료 제공하고, 기업은 푸드트럭 차량, 창업교육 및 노하우를 무상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차원의 산?학?관 협력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 제너시스 비비큐, 커핀그루나루 등 프로젝트 참여기관들은 각 대학별로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푸드 트럭 운영자를 공모해 경쟁방식으로 최종 12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은 3~5명이 한 팀으로 구성돼 6~12개월 간 차량 사용권을 무상 제공받아 영업을 한다. 또한, 판매를 통해 발생한 이윤 전부는 사회 공헌과 창업교육훈련 취지에 맞게 해당 학생들에게 귀속된다.
청년위원회는 향후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프로젝트 운영성과를 지속 점검하여 우수사례는 적극 홍보하고 팀 교체를 통해 다수의 청년들에게 참여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또한 운영상 미비점에 대해서는 기업, 대학 측과 협력해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신용한<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청년위원장은 “이번 시범 프로젝트를 계기로 많은 기업, 기관들이 대학과 협력해 푸드트럭을 활용한 창업훈련 기회를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로이 최처럼 창업을 열망하는 청년들에게 주입식 이론교육이 아닌 창업훈련과 실전 기회를 무상 제공하는 새로운 산?학 협력 모델로 자리 잡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갈 길 먼 푸드트럭
푸드트럭은 지난해 7월 유원지 영업 허용을 시작으로 도시공원, 하천 등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 7월 기준, 전국의 합법적 푸드트럭은 27대 뿐이다. 인터넷 포털에서 ‘푸드트럭’을 검색해도 푸드트럭 개조 관련 문의가 늘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왜 합법 푸드트럭은 이렇게 적은 것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푸드트럭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려면 ‘이동하는 식품 조리·판매업소 영업절차·위생·안전관리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지자체는 푸드트럭 영업가능 지역인 △관광지 △도시공원 △유원시설 △체육시설 △하천 중에 영업 가능한 지역을 선정해 푸드트럭 사업 입찰공고를 낸다. 그런데 그 ‘경쟁 입찰’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이에게 허가권을 주는 ‘최고가 낙찰제’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형 푸드트럭에 비해 서민의 푸드트럭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저소득층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푸드트럭 합법화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푸드트럭을 양지화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 경제의 범위에 푸드트럭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정부는 해외의 푸드트럭 성공 사례처럼 푸드트럭이 넓은 범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사업자들은 다양한 메뉴 개발에 힘쓰는 것이 앞으로 푸드트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도움: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
         박지운<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일자리부> 과장
     참고: 논문 「푸드 트럭 운영에 대한 탐색적 연구」(2014, 김용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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