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광고야, 드라마야?
이게 광고야, 드라마야?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5.10.10
  • 호수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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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광고 드라머타이징

남미정<국문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13> 양은 “최근 TV를 보다가 새로 나온 드라마인 줄 알고 봤는데 알고 보니 통신사 광고였다”라며 “광고인 것을 알고 속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신선했다”라고 드라머타이징 광고를 처음 접한 소감을 말했다.
‘15초의 예술’이라 불리던 짧은 광고의 시대는 갔다. 대세는 드라머타이징(Dramertising)이다. 최근 광고계에는 기존 15초 광고의 틀을 벗어난 30초, 60초 이상의 길이가 긴 광고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긴 광고가 광고계와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새로운 광고의 등장
드라머타이징은 드라마(Drama)와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드라마와 광고를 결합한 형태이며 스토리텔링 기법에 속한다. 드라머타이징 광고에는 인물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기존 광고가 브랜드와 상품에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머타이징 광고는 흥미와 몰입을 끌어내며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고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모여 연속성 있는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도 드라머타이징의 특징이다. SK텔레콤의 ‘이상하자’, 배달업체 요기요의 ‘요기요하우스’ 등이 드라머타이징 기법을 적용한 광고의 대표적인 예시다.  
1990년대 초 공중파 TV 광고 시간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기존 30초 위주의 광고를 15초 길이로 줄이면서 광고 편수는 배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는 총 90초 내에서 30초, 20초, 15초로 구분 없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긴 광고를 제한적으로 운용하며 15초 위주의 분량으로 편성하는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광고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30초 이상의 긴 TV 광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블 TV와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으로 전체 방송광고 시간이 증가하면서 광고주의 긴 광고에 대한 욕구 증대가 반영된 현상이다. 15초의 짧은 광고들 사이에서 긴 광고는 상대적인 돌출효과(소비자의 눈에 좀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 광고주들이 선호하고 있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드라머타이징 기법이 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본다. 주로 노래 가사에 충실했던 뮤직비디오 사이에서 스토리텔링 형식을 시도한 것이 조성모의 ‘To Heaven’이라는 곡이라는 입장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홍콩누와르와 신파적 통속극을 섞어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됐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이 뮤직비디오를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볼 수 있다”라며 “감성적인 측면이 많이 등장해 멜로적인 드라마형태의 스토리텔링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당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머타이징
기존의 광고보다 길다고 해서 모두 드라머타이징 광고인 것은 아니다. 기존 광고와 드라머타이징의 차이를 △길이 △내용 전달방식 △등장인물 △제작비 측면으로 나눠봤다.
기존 광고가 15초에서 30초 내외인 것에 비해 드라머타이징 광고는 짧게는 30초에서 70초로 확연히 긴 것을 알 수 있다. 광고는 크게 메시지형 광고와 스토리텔링 광고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내용 전달방식을 가진다. 메시지형 광고는 브랜드와 판매할 상품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스토리텔링 광고는 광고 전면에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좀 더 은유적이고 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 후에 브랜드와 상품, 서비스 등을 노출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광고에 속하는 드라머타이징 광고 역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주로 로맨스나 멜로 같은 콘텐츠를 제작한다. 드라머타이징 광고는 극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가진 연예인, 배우, 가수가 많이 등장한다. 기존 광고의 최대 두 배에 달하는 길이, 영화 연출 기법을 다루는 전문가, 그리고 대중이 선호하는 광고 모델을 섭외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광고보다 제작비가 많이 소요된다.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광고는 이제 그만
왜 드라머타이징 광고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 광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더 긴 광고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긴 광고 속의 많은 정보적 단서가 광고의 회상을 돕는데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해당 광고를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반복해 처리할 수 있으므로 정보를 부호화(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인 기억으로 변환하는 과정)시키고 광고의 메시지를 더욱 잘 처리할 수 있다. 반대로 짧은 길이의 광고는 광고 메시지를 정교화하는 데 너무 많은 노이즈(메시지의 전달 또는 수신을 방해하는 요소)가 발생해 인지적 반응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 밖에도 긴 광고는 더욱 감성적인 설득이 가능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면에서 효과적이다.
드라머타이징 광고는 시청자가 피로를 덜 느끼게 한다. 상품에 대한 홍보에 직접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드라머타이징은 일반적인 메시지 전달 형식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감성형 광고에 적합하지 않은 광고가 만들어질 경우에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드라머타이징의 전망에 대해 “감성형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고 간접적인 광고에 대한 호응도가 높기 때문에 드라머타이징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라며 “높은 제작비로 인해 광고주들의 기대 수익이 높아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선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혜지 기자 hyeji19@hanyang.ac.kr
도움: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
참고: 논문 부경희, 박천규, 손정식 (2015), 「긴 광고가 뭔가 달라요」, 광고학연구, 26(6), 31-65
      논문 박천규, 손정식, 이현우 (2015), 「요즘 TV광고, 왜 길어지는가?」, 언론학연구, 19(2), 127-166
사진 출처: SKT 드라마 ‘이상하자’ 공식 홈페이지
            요기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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