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만들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만들다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5.10.02
  • 호수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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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 커스터마이징!

모나미룩, 알약룩, 에코백 등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3초에 한 번꼴로 마주치게 되는 유행인 패션이나 아이템들이 있다.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유행하는 아이템은 일단 사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아이템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과 입맛대로 옷, 신발, 악세서리 등을 제작·소비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회경향을 예측하는 「2015 생생트렌드」는 이처럼 소비자의 기호, 취향, 요구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맞춤 제작하는 소비의 트렌드인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2015년을 대표하는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창조적인 소비자로의 변모
흔히들 ‘제품을 직접 만든다’고 말하면 DIY(Do It Yourself)를 떠올린다. 얼핏 보면 커스터마이징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둘은 서로 다르다. DIY는 전문 업자나 업체에 맡기지 않고 가정용품 등을 직접 제작·수리·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커스터마이징은 기업의 생산 활동, 마케팅 등에 소비자들의 욕구와 니즈(needs)를 반영해 일대일 맞춤형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DIY가 생활용품에 대한 스스로의 창작 활동이라면 커스터마이징은 소비자에 의해 제품의 창작과 변용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듯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지만, 소비자가 수동적인 존재에서 탈피하려고 하는 소비 행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제품들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대중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기성품보다 소비자들의 서로 다른 취향이 반영된 제품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수동적인 단순 구매자의 역할을 넘어 기업의 생산 활동 안에서 창조적인 참여자가 되기를 원한다.

현실 속 커스터마이징
그렇다면 커스터마이징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일까. 대학생들의 소비 행태를 고려했을 때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직접 커스터마이징을 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두 곳을 소개한다.
커스터마이징 음식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슈렉 프라푸치노’, ‘트윅스 프라푸치노’와 같이 다양한 레시피들이 SNS를 타고 널리 전해지고 있다. ‘스타벅스시크릿메뉴(http://starbuckssecretmenu.net)’라는 웹사이트에는 스타벅스 ‘악마의 음료’ 조합방법이 2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직접 창조해낸 레시피들이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다.
또한 ‘아디다스’는 지난 4월, 신발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이 아디다스(mi Adidas)’를 공식 온라인 스토어(http://shop.adidas.co.kr)에 출시했다. 원하는 신발을 선택한 후 제품의 갑피, 안감, 힐 컵 등의 색상을 각자 기호에 맞게 선택해 나만의 신발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아디다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 접속하면 신발 외에도 남성, 여성 그리고 어린이 의류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앞서 제시한 브랜드 외에도 커스터마이징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핸드폰 케이스를 직접 제작하고 싶다면 홍대에 있는 ‘텐코텐:내맘대로 폰케이스’가 유명하다. 또 에코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곳에는 삼청동의 ‘10’o clock’이 있다. 앞서 말한 오프라인 매장들 외에도 블로그나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여러 제품들을 주문 제작할 수 있다.

너와 내가 즐기는 커스터마이징
한양대학교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 커스터마이징을 해봤다고 응답한 학생은 32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단어 자체는 익숙하지 않을지 몰라도 제품 제작에 직접 참여해 본 학생들은 절반이 넘었다.
대학생의 소비 행태를 반영해 커스터마이징의 범주를 △신발 △악세서리 △옷 △음식 △기타의 다섯 가지 항목으로 제시해 어떤 종류의 제품군에서 커스터마이징이 가장 많이 발생했는지도 알아봤다. 1위는 12명이 선택한 △음식으로 37.5%를 차지했다. 앞서 소개한 스타벅스 시크릿 메뉴와 비슷한 맥락에서의 소비로 분석된다. 2위는 △악세서리로 28.1%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3위는 △옷 15.6%, 4위는 △기타 항목 12.5%, 마지막 5위는 △신발로 6.3%만이 커스터마이징을 해봤다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생소할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많은 학생이 커스터마이징을 경험해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커스터마이징을 해봤다고 답한 이소연<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4> 양은 커스터마이징의 매력에 대해 “직접 만드니까 애착이 가죠”라며 “제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도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현명하게 즐기는 창조적 소비
모든 유행이 그렇듯 커스터마이징도 유행하는 소비 형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간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이준영<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인간에게는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로서 창조적 본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본능으로 인해 커스터마이징은 기존의 기성품 시장트렌드와 공존하는 일종의 카운터 트렌드(counter trend)로서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커스터마이징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커스터마이징을 할 경우, 지나치게 비용이 증가해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질 염려가 있다. 또한, 소비자의 니즈와 의견만 강조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커스터마이징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낮은 품질과 성능 수준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의 영역과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 jjy319@hanyang.ac.kr
도움: 이준영<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미지 출처: 스타벅스시크릿메뉴 캡쳐
마이아디다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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