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다, 극예술연구회 '들꽃'
무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다, 극예술연구회 '들꽃'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5.09.12
  • 호수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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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극예술연구회 ‘들꽃’이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공연은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5년부터 동문과 재학생이 끈끈한 유대를 유지하며 40년째 이어지고 있는 ‘들꽃’은 어떤 곳일까?

익숙하지만 낯선 극예술연구회  
극예술연구회란 대학가에서 연극을 하는 일종의 동아리다. 즉, 교내에서 연극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연극영화과 학생들 이외에 연극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동아리다. 처음 대학가에 극예술연구회가 등장했을 때는 해외 작품 중 명작으로 분류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주로 번역극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학생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왜 해외 작품만 다뤄야 하나?’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 이는 곧 사회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창작극을 제작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극예술연구회는 상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품성 있는 작품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음악으로 치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같은 것이다.
연극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에서는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유명한 작품 위주로 공연이 이뤄진다. 그러나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작품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우리의 것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작품을 번역해 우리의 극예술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단체들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체들이 대학로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의 의견이다.
극예술연구회는 우리나라 연극의 발전을 위해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결국 극예술연구회의 이런 노력이 바탕이 돼 독보적인 극예술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졸업생들이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극예술연구회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은 상업성이 떨어지는 이유에서 연극 단체들이 공연을 꺼린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은 자본과의 상관관계가 적기 때문에 이 같은 활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극예술연구회의 노력은 이런 흐름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평론가 김 씨는 “극예술연구회와 같은 단체들이 하나의 대학 안에만 머물지 않고 대학 간 연계를 통해 여러 대학을 가로지르는 행사를 했으면 한다”라며 “기존의 연극이나 극예술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동아리 차원이 아닌 더 넓은 범위에서 활동해야 한다”라고 극예술연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덧붙였다.

들꽃, 40년간 살아 숨 쉬다
1975년 ‘들꽃’은 ‘한양 극예술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면서 ‘극회에 별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 여러 논의를 거친 후 마침내 지금의 ‘한양 극예술연구회 들꽃’이 됐다. ‘들꽃’이라는 이름은 이들의 연극 정신을 대변한다. ‘들’이라는 생명의 무대 위에서 ‘꽃’이라는 필멸의 배우가 피어나 계속해서 살아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연극이라는 하나의 작품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 간에 이해 차이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은 작품을 읽어보고 대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와 관객이 느끼는 메시지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진지함이 다른 동아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들꽃’은 동문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통해 성장했다. 동문들은 재학생들에게 경제적 지원은 물론 예술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들꽃’의 작품 수준이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모든 것은 ‘들꽃’의 2백여 동문들의 잘 조직된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했다. 동문들의 지원은 일회성이 아닌 매년 3, 4회 이뤄지는 모든 공연을 포함한 극회의 전반적 활동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들꽃’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한동섭<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창립 40주년 공연 또한 동문과 재학생 간의 견고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대학의 낭만을 간직하다
‘들꽃’은 1975년 11월 「그리고 바람은 불었노라(미란다 作)」부터 이번 창립 40주년 공연 「드레서(로날드 하우드 作)」까지 83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들은 현재 개교 8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극예술연구회 회장 김명은<자연대 물리학과 14> 군은 “요즘 대학생들은 높아진 취업의 문턱 앞에 서 있기에 대학의 낭만을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현실 속에서도 ‘그래도 들꽃만큼은 아직 낭만이 살아 숨 쉬고 그 어느 곳보다 제대로 된 활동을 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동아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들꽃’의 행보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이혜지 기자 hyeji19@hanyang.ac.kr
도움: 극예술연구회 회장 김명은<자연대 물리학과 14> 군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
     한동섭<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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