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공화국, 그 속의 ‘나’를 찾아서
다이어트 공화국, 그 속의 ‘나’를 찾아서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5.05.30
  • 호수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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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우리나라 2?30대 여성 1,033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체중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체중이 정상 체중을 넘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2%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음을 보여준다. 또한 남성들도 몸짱이나 복근에 대한 강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다이어트를 실행하거나 계획 중에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55%로 과반수를 넘었다. 이는 다이어트 열기가 과열된 우리나라가 다이어트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시사한다.
바캉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다이어트 열기는 더욱 뜨겁다. 해변에 가기 위해서라면 다이어트를 필수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비교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외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학생 138명과 외국학생 62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국인, 한국인과 다이어트 이유 달라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과반수 이상이 다이어트를 해봤다고 응답했다.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시도 원인에 대해 질문했는데,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외국학생 35.7%, 한국학생 48.6%로 1위를 차지했다([표1] 참고). 반면 2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비율상 외국학생들의 답변에서 2위를 차지한 ‘기타 의견’에는 ‘건강해지려고’와 ‘운동을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있었다. 외국인 학생들은 건강 유지 활동 개념으로 다이어트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학생들은 ‘타인에 의한 자극’이 2위를 차지했는데, 문화평론가 배국남 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디어/연예인의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디어가 이효리, 전지현의 몸매가 ‘정상’이라는 인식을 주입시켜 좋은 몸매를 강요한다. 이것은 대중들의 무의식 속에 녹아 들고, 은연 중에 미디어에 자극을 받은 타인이 좋은 몸매를 만든다. 이에 자신은 타인의 몸매에 의한 자극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라며 “타인은 미디어에 의해 자극을 받지만 자신은 예외라 생각하는 ‘제3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학생들이 말하는 ‘자기만족’은 결국 타인의 인정을 통해 얻어지는데 타인의 기준은 미디어에 의해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디어에 의한 영향으로 여겨진다.
한편 배 씨는 외국학생들이 응답한 1위의 ‘자기만족’과 2위의 ‘미디어/연예인의 영향’은 다른 관계로 분석했다. 외국학생의 ‘기타 의견’이 주로 ‘건강과 운동’임을 고려했을 때, 그들이 답한 ‘자기만족’은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타인의 인정에서 오는 자기만족을 바라는 한국학생들과는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다이어트를 시도한 이유에서는 한국과 외국 사이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던 반면, 다이어트를 시도하지 않은 이유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외국학생들은 ‘필요성을 못 느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80%, ‘게을러서 못했다’는 의견이 5%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학생들은 전자가 46.9%, 후자가 43.8%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배 씨는 “외국과 한국이 ‘몸’을 바라보는 인식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외국학생들은 건강한 몸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 정상 체중이면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자기 몸에 주체적이기 때문이다”라며 “이와 달리 우리는 이상적인 몸매를 설정하기 때문에 정상 체중임에도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한다. 다이어트를 게을러서 못했다는 인식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했다.

비만에 대한 상반된 시선
비만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물어본 결과, 외국학생과 한국학생 사이에 상반된 응답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표2]에서 나타나듯이, 외국학생들은 비만인 사람에 대해 ‘자기관리가 부족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하며 비만이 삶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그것을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기타 의견에는 모두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반면 한국학생들은 ‘내 몸이 아니기 때문에 관여할 일이 아니다’에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나만 비만이 아니면 된다’고 생각해 비만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도 가지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비만이 아니면 누군가가 비만이라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길
다이어트를 건강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외국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다이어트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외국학생들은 ‘다이어트에 대해 과도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외모보다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자기 자신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등 대체로 과도한 다이어트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외국인도 인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다이어트 현상에 대해 배 씨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분위기가  멈출 수 없는 다이어트 전쟁을 만든다”라고 말하며 “이런 비정상적인 다이어트 현상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말라깽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비정상적인 다이어트 공화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자신의 주체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배 씨는 타인이나 미디어에 의해 구축된 세상에서 벗어나야함을 강조했다. 미디어 속의 가상 현실이 현실을 압도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다. 타인을 의식하는 시선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야 될 때가 왔다.
도움: 문화평론가 배국남 씨

※기사 본문에서 말하는 외국학생은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의 외국인은 제외한 학생들을 지칭합니다. 동양국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식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해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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