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재미는 있었지만 의미는 없었던 ERICA캠퍼스 축제
[기자사설]재미는 있었지만 의미는 없었던 ERICA캠퍼스 축제
  • 한대신문
  • 승인 2015.05.30
  • 호수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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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의 이번 대동제 ‘대방출’에서는 ‘알바 흥신소’라는 행사로 학생들은 물론 기성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각종 언론에서 연일 취재한 이번 ‘알바 흥신소’의 참가 대상은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섰다가 임금 체불 등 각종 부당사례를 겪은 학생이었다. 이번 행사는 ‘청춘이 느끼는 이 시대의 울분이 녹아 있는 행사’로 학생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면에 있어서  ERICA캠퍼스의 축제는 조금 아쉽다. 물론 이번 ERICA캠퍼스의 축제는 말 그대로 ‘재미’있었다. 학생들의 흥미 유발과 의미 있는 축제를 위해 총학생회가 행사 구성을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같은 물총 놀이, ‘푸드파이터’ 행사, ‘한양 사진전’ 등 학생들이 진정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소한 행사들은 총학생회의 운영 미숙과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고등학생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았던 이번 축제에 ‘철컹철컹’, ‘그녀의 자취방’, ‘누나 자취하고 잘 취해’ 따위의 문구를 플랜카드로 내걸고 주점을 운영하는 학생들을 제재할 방법은 없었을까?
한양대학교 응원단인 ‘루터스’의 공연에는 대략 수십명 남짓한 사람이 모였지만, 연예인들의 공연에는 수천여 명이 운집해 안전을 위해 설치했던 펜스가 쓰러졌다. 연예인들의 공연이 끝난 뒤 진행된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공연에는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학생들이 준비한 행사를 학생들이 외면하는 것은 서글픈 풍경이다.
ERICA캠퍼스 총학생회는 ‘대학 사회, 나아가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축제’를 이번 축제의 ‘초대하는 말’에 넣었다. 과연 선정적인 주점을 운영하고 연예인 행사에만 사람이 몰렸던 이번 축제가 그 의미를 진정으로 만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축제에 반드시 멋진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학술제, 예술제, 체육제 등의 틀에 박힌 축제만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 역시 아니다. 그러나 이번 축제가 한 달, 일 년이 지나도 기억날 진정으로 즐거운 행사였는지에 대해 누군가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학생들이 ‘주체’가 돼 만드는 순수한 대학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오는 가을에 열릴 축제에서는 ‘대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고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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