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그들은 ‘선’도 ‘악’도 아닌 그저 사람이다
성소수자, 그들은 ‘선’도 ‘악’도 아닌 그저 사람이다
  • 송유정 기자
  • 승인 2015.05.09
  • 호수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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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서로가 건네는 상생과 화합의 제스처

 

한양대학교의 성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성소위)와 HYQUEER(이하 하이퀴어)는 현재 대학 성소수자 모임연대(QUV)에 속한 17개의 성소수자 대학모임과 교류 중이다. 여기서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였지만, 현재는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다.

학생들에게 성소위나 하이퀴어가 알려지게 된 이유는 최근 수년간 현재 성소위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한양LGBT인권위원회’가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생사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식 인준된 성소위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학생들에게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성소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서울캠퍼스 성소위 위원 A씨는 “성소위의 적극적인 홍보 부재로,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성소위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전학대회의 표결을 근거로 볼 때 학생회 임원 학생들의 경우에는 성소위의 존재나 그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라고 답했다. A씨는 “성소수자 모임의 홍보물이 악의적으로 훼손되는 문제가 타 학교에서 종종 불거지는데 비해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 것으로 보아 학생들의 보편적인 인권지표는 보통 이상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하이퀴어는 카카오톡 옐로아이디(플러스친구 개념)를 개설하기도 했다. 공식 계정을 만든 목적은 신입 회원을 받기 위해서다. ERICA캠퍼스 성소위 위원 A씨는 “하이퀴어에 처음 다가오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서 이 같은 공식 계정을 만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성소위의 존재 이유와 지향하는 가치
A씨는 성소위 학생들이 모인 이유를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가장 큰 동기가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A씨는 이어 “나 역시 매체에서 드러난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소수자 혐오가 횡행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성소위 활동을 시작했다”라며 “대학에 오면 인권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던 중에, 성소위 위원장을 만나게 돼 활동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성소위는 지향하는 가치로 ‘상생’을 내걸었다. 그들은 차별을 지양하고 공존을 지향하는 한양대학교 학생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A씨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소수자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다수자가 소수자를 배척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은 꼭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성소위는 기본적으로 성소수자 학생뿐만 아니라 비 성소수자 학생도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성소수자 학생에게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장이 되고, 비 성소수자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성소수자 인식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의 첫 단추다. A씨는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생각보다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 내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로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 하이퀴어의 연간 가입 인원은 150명에 달한다. 하이퀴어에 가입하지 않는 학생도 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A씨는 “우리 주변에 적지 않은 비율로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은 ‘상생’의 사회로 가는 길의 첫걸음이다”라고 전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성소수자를 다른 학생과 똑같이 바라봐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성소수자 학생들을 그저 조금 다른 사람 정도로만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답했다. A씨 역시 “성소수자들은 성적 정체성과 성별이 다수와 다를 뿐 모든 것이 동일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배척 받을 존재도, 나아가 동정 받을 존재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건네는 상생의 제스처
성소위는 지난 6일, 학생인권복지위원회와 함께 ‘다양한 사랑이 공존하는 한양대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성소수자는 한 명의 평범한 학생이며,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다양한 사랑을 뜻하는 여섯 빛깔 무지개 색종이 붙이기 △성소수자 혐오발언에 대한 설문 △한양대 성소수자 지도 확인하기 등의 캠페인으로 꾸려졌다.

앞으로도 성소위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소위는 이번 1학기의 주요 사업으로 △성소수자 상담 △성소수자 인권세미나 △퀴어 모니터링 등을 꼽았다. 지난 학기 진행된 바 있는 성소수자 인권세미나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한 주제로 소규모의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퀴어 모니터링은 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적 발언을 제보 받아 이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이 밖에도 성소위는 △성소수자 글 전시전 △인권 영화제 등의 여러 사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소위는 앞으로 성소수자 학생과 비 성소수자 학생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하이퀴어는 성소수자들의 안식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B씨는 “하이퀴어는 편견과 억압으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성소수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라며 “앞으로도 성소수자 학생들이 부담 없이 하이퀴어의 문을 두드려 주길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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