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
[장산곶매]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04.25
  • 호수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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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부 예산 중 사회복지 지출이 증가됐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정작 체감 복지 온도는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국가로부터 혜택을 더 받는 느낌이 없다.
만약 이것이 나만 느끼는 것이라면 나의 개인적인 문제로 끝날 수 있었겠다. 그렇지만 주변을 봤을 때 늘어난 복지 예산을 체감하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무상 급식·보육이라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고 느낀 적이 없으니 그저 먼 나라 얘기인 것만 같았다.
복지 예산이 늘었으면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바람을 직접 느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없다면 조세 저항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복지 예산에 대한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을까? 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실마리를 발견했다. 그 실마리란 바로 복지의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는 구청의 보조금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기부로도 운영된다. 이 기부자를 위해 소식지를 발간하는데 이를 통해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가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 수 있다. 소식지에 있던 한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소식지 말문에는 ‘비워져 나간 통장 잔고만이 지역아동센터의 흔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였다. 이것은 자신의 기부가 헛되이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릴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기부가 이뤄지도록 도모한다.
사실 이 지역아동센터뿐만 아니라 기부와 같은 도덕적 행위가 개입된 경제 행위에서는 도덕적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리는 피드백을 분명히 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 기부한 사람의 이름을 딴 장학금이나 건물을 짓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에서 하는 자선활동인 CSR도 그렇다. 어느 기업도 자선 사업을 음지에서 하는 경우는 없다. 회사의 자선 사업을 과장해서 알리면 알렸지 얼굴 없는 천사를 자처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도덕의 존립 근거가 바로 비익명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장 도덕성이 강한 경구는 역설적이게도 도덕의 기반을 가장 해치는 말이다. 자신의 도덕 행위를 아무도 몰라준다면 한, 두 번이야 더 할 수는 있겠지만 성인 급의 마음가짐이 아니고서야 지속적인 도덕행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덕이 살려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뿐만 아니라 내 양발, 아니 남의 양손, 양발도 다 알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복지는 도덕에 기반한 것이다. 따라서 복지가 사회에 전반에 골고루 퍼져나가려면 납세로 인한 복지 개선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고 믿는 사회 구성원이 많아야 한다. 즉 누가 선한 행위를 했을 때 이 행위를 그 사람이 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도덕 행위로 인해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가 벌어졌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이 만족돼야 도덕이, 즉 복지가 활발해진다. 자신의 행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생각하면서 계속 그 행동을 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복지에 대한 홍보는 부족하다. 나 역시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복지 예산은 어디에 쓰이고 있느냐’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근무하면서 상당한 금액이 지역아동센터의 지원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이 내시는 세금이 아이들의 보호와 삶의 질 증진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니 세금 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철에 후보자 광고와 공약집을 능숙하게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홍보의 내용물이 될 실제적 복지 정책의 확충이 요구된다. 복지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더 나은 사회,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일부 정치인의 인기를 위한 복지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정책이 그런 예다. 이런 복지의 내용물과 홍보의 선순환이 이뤄지면 더욱 높은 수준의 복지가 실행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도 진정한 복지국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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