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학교 홈페이지 배너 유감
[장산곶매]학교 홈페이지 배너 유감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04.04
  • 호수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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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다음으로 자주 들어가는 홈페이지가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는 이유는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는 사실이 첫째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기사를 쓰려면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 필요한데 기초적인 학내 관련 정보가 학교 홈페이지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아닌 학생 신분으로서도 학교 홈페이지는 유용하다. 그 이유는 해외연수 모집 공고나 학내 대회·한양학술타운·기타 모집 공고 등 학교에서 개최하는 모집 공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공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HY-in을 이용하거나 학교 메일을 사용하기 위해 자주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이렇게 유용한 정보와 기능이 가득한 학교 홈페이지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거슬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교 홈페이지 배너다. 배너 중에도 다름 아닌 고시나 특정 전문직 자격증 합격자를 홍보하는 배너가 거슬린다. 이 배너를 보면 국가고시에 몇 명이 합격했고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 순위 중 얼마에 해당하는지 친절하게 적혀져 있다. 저기에 이름이 올려지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대학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인생의 목표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느낌이다.
학교 홈페이지 메인 배너에 실을 정도면 학교가 이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학내에서 그런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고 현재도 한양플라자 전면부를 다 덮을 만한 커다란 포스터가 매달려 있다. 그 포스터의 내용에는 ‘여기 한양을 보라!’라는 문구와 함께 고시와 전문직 자격증 합격자 수가 적혀져있다.
개인적으로 홈페이지 배너나 한양플라자에 크게 포스터를 붙여서 고시와 전문직 자격증 합격자 수를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은 대학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진리를 탐구하고 사회를 이끌어 갈 다양한 분야의 지성인을 육성하는 곳이지, 고시에 많은 합격자 수를 배출하기 위해 만든 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시 공부는 굳이 대학이 아니고 노량진이나 신림에 있는 학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 입장에서 고시에 합격하는 동문이 많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고 학교의 명성을 드높이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취업률 문제를 대학이 무시하기도 어렵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가고시 성과를 마치 우수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을 나누는 기준으로 생각하는 우리 학교의 사고방식이다. 아무리 실용학풍이 우리 학교의 중심 기조라고 하더라도 영향력 있는 종합대학인 만큼 공학적인 마인드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한양공대’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보면 우리 학교의 유서 깊은 자랑일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한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 공학이나 경영학 같은 실용학풍만 중시하고 인문·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 같은 순수학문 계열의 연구는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용학풍 기조만 중시한다면 ‘한양공대’라는 기존의 명성은 유지될 수 있을지언정 명실상부한 ‘한양대학교’는 되기 힘들 것이다.
다른 학교 홈페이지 배너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가 궁금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홈페이지를 모두 방문해봤다. 신기하게도 아니면 당연하게도 한양대학교 말고 학교 홈페이지 메인 배너에 국가고시 합격자 수를 자랑하는 대학은 어느 한 군데도 없었다. 다른 대학들은 교수 연구 실적이나 아름다운 교정 모습, 학생자치활동 성과를 자랑하는 내용의 배너가 메인 배너로 돼 있었다.
진정한 종합대으로서의 한양대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대학을 공장이나 고시 또는 취업을 위한 학원쯤으로 생각하는 것으로는 까마득한 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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