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응답하라, 북한의 대학생들이여
[문화]응답하라, 북한의 대학생들이여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5.04.04
  • 호수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까운 듯 먼 우리 사이

북한의 대학생들은 교복으로 한복을 입고, 친구들과는 통기타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즐긴다. 여전히 수업 교과로 군사훈련이 있으며, 장군님을 모욕하는 모든 행동은 금기시된다. 이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지 않은가? 마치 우리나라의 7~80년대 모습이 연상된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우리나라의 생활모습에 약 30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본지는 그들의 생활을 분석하기 위해 북한에 응답을 요청했다. 북한이여 응답하라!

대학의 교육
북한 대학의 교육은 ①대학 진학 방법 ②대학의 종류 ③대학의 교육 내용 ④교내에서의 생활 ⑤대학 졸업 후 진로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북한은 소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개념)와 중학교(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와 동일한 개념)를 거쳐 대학교에 진학한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려면 중학교 6학년 때 ‘예비고사’를 봐야 한다. 이는 전국적으로 시행되며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과 동일하다. 예비고사 후 각 대학에서는 입학시험을 시행한다. 면접, 신체검사 그리고 필기시험의 총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이때의 면접이나 필기시험은 우리나라의 대학 수시 전형들과는 다르게 정해진 답을 외워서 보는 일종의 암기시험이다. 모든 시험을 치른 후 전체 중학교 6학년 중 약 10%만이 대학교에 진학한다. 북한은 성적으로만 대학 입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재학교라 불리는 ‘평양제1중학교’ 출신이 아닌 이상, 일반 중학교에서는 출신 성분과 어느 정도의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진학이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직통생’ 혹은 ‘직발생’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북한의 남학생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10년을 복무해야 하기 때문에 직통생은 여학생의 수가 훨씬 많다. 반면 시험을 보는 것 외에도 군 복무 중 추천과 사회 진출 후 추천을 받는 경우 혹은 군 제대 후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대학은 2~3년제 고등전문학교와 3년제 교원대학, 4~6년제 대학(종합대학, 단과대학, 사범대학, 공장대학 등)으로 구성된다. 전체 대학의 수는 약 280여 개 정도이고 대학생은 약 30만 명이다. 그 중 ‘종합대학’이라 불리는 대학교는 고려성균관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세 개뿐이다. 그러나 이 세 대학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학처럼 다양한 계열의 학과가 존재하는 곳은 김일성종합대학이 유일하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공업 분야, 고려성균관대학은 경공업 분야에만 특화되어 있다. 그 외 북한 대학은 기본적으로 전문 분야에서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존재한다. 건설건재대학, 원산경제대학, 평양교통대학, 평양외국어대학, 평양의학대학 등 분야별로 특성화된 단과대학 체제로 운영된다. 한편 국가가 아닌 기업이 부설한 공장?농장?어장대학도 있다. 또 예술, 체육, 외국어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학교도 있다. 북한의 대학교육은 실무교육 중심인 이공계열이 대부분이며 인문계열이 있긴 해도 매우 실용적인 시각에서 가르친다.
북한의 대학에서는 일반 교과, 일반기초, 전공기초, 전공, 정치사상 교과의 5가지 영역으로 교육과정이 분류된다. 일반 교과와 일반기초는 대학교 1학년에 배우는 과목으로 중학교 6학년에 배웠던 것을 다시 배운다. 이렇게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때는 교도생활을 6개월 동안 한다. 교도생활이란 교도대에서 일반 군인들과 군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간은 대학교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면 3학기가 시작되고, 이때부터는 자신의 전공과목을 공부한다. 정치사상 교과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주체사상을 가르치며 중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배운다. 또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정숙의 혁명역사와 혁명활동 그리고 당의 정책을 공부한다. 이 교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따라서 전공과목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아도 정치사상 교과에서 점수가 낮거나 낙방을 할 시 다음 학기에 진학할 수 없다.
북한의 대학교는 학기 시작 시기가 4월이고 졸업 시기는 9~10월이다. 그들은 매년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처럼 정해진 시간표를 보고 정해진 강의실에서 교수님들만이 바뀌며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원칙적으로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게 돼있다. 그러나 기숙사는 냉?난방 시설이 부재하고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주변 민간인의 집, 일명 ‘자가집(=하숙집)’에서 생활한다. 집주인에게 한 달 비용을 지불하고 그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한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점심은 매우 부실하기 때문에 학생들 대부분은 점심시간 2시간 동안 자가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온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학기 생활 중 봄철에는 모내기전투, 가을철에는 벼 베기 전투를 하며 매년 ‘정교화된 농활’을 간다.
북한 대학생들은 대학 졸업 시 전공한 과와 관련된 직업에 배치된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대학이 스펙이고 직업이기 때문에 취업, 취직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다.

대학의 문화생활
북한의 대학 문화생활은 대학생들의 ①스타일 ②연애 ③유흥문화의 세 가지로 나눴다.
우선 북한의 대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모두가 같은 모양의 교복을 입는다. 여학생의 교복은 셔츠에 남색 치마를 매치한 정장스타일,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의 한복 두 종류로 나뉜다. 둘 중 어떤 것을 입는지는 개인의 자율이다. 이와 달리 남학생은 정장스타일 한 종류가 있다. 두발규정은 학교마다 다르게 존재하지만 예술대학과 음악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은 염색을 금지한다. 또한 남?여학생 모두 머리가 바람에 날리지 않는 단정한 스타일의 머리를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북한에서는 교내에서 연애를 하다 발각되면 퇴학을 당한다. 그러나 대놓고 스킨십을 하거나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은 연애하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쉬쉬하고 넘어간다. 그것이 발각되면 전교생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도 피곤하지만 비판을 해야 하는 다른 학생들도 피곤해진다. 그래서 대부분은 몰래 연애를 하고, 교내에서는 티를 내지 않는다. 대신 공원이나 집에서 연애를 즐긴다.
북한에는 소개팅이나 미팅과 같은 문화는 없다. 만날 장소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원래 누군가를 소개해주는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다. 대신 남학생들이 학교 내에서나 길을 지나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으면 쫓아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또 엠티 문화도 없다. 그러나 이와 비슷하게 신입생들이 들어왔을 때 일정 금액을 걷어 개인의 집에 모여서 노는 문화는 있다. 통기타나 아코디언 같은 것들을 연주하면서 춤추고 노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축제 문화는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대학 축제와는 좀 거리가 멀지만 사회주의 7대 명절에 하는 체육대회나 축하행사, 단체로 추는 춤 같은 것들이 이들에게는 축제다. 대학생들만이 즐기는 대학의 축제는 아니지만 재밌게 놀고 즐기는 본질은 동일하다. 술 문화도 있기는 하지만 여학생들이 술을 공개적으로 먹기는 쉽지 않고, 남학생들은 각자 돈을 조금씩 모아 적당히 마시곤 한다.

다른 듯 비슷한 우리
북한과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삶의 목적은 동일하다.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은 표현, 지위,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다. 다만 북한은 삼부자 체제로 인해 특이하게 달라진 면들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우리는 정보가 부족해 북한을 낯설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내면은 다 똑같다”라며 북한에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를 마련해볼 것을 당부했다. 우리도 북한에 응답해볼까.

정진영 기자 jjy319@hanyang.ac.kr
도움 : 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탈북자 최연희 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