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다이아몬드 학과 유감
[장산곶매]다이아몬드 학과 유감
  • 한대신문
  • 승인 2015.03.21
  • 호수 1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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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인문학이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 먹고살기에도 각박한 생활에서 인문학은 부유한 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꼭 필요하다. 공학이나 경영학과 같은 실용적인 학문이 사람의 ‘육’(肉)적인 부분을 채워준다면 인문·사회과학과 같은 분야들은 사람의 ‘영’(靈)적인 부분을 채워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거나 혹은 덜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에게 기초적인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문학을 하기도 전에 굶어 죽어버릴 것이다. 즉 실용적인 학문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인문학이 행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없다.
반대로 먹고 사는 것만 해결됐다고 해서도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온전히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풍성한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식/주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부족한 2%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기본적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을 높은 소득 수준이 곧바로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음을 입증해주는 연구 자료가 있다. ‘이스털린 패러독스’(Easterlin Paradox)로 불리는 연구인데,이는 USC 교수였던 리차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1974년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익이 행복과 연관성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즉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킬 정도의 경제적 조건까지만 행복의 정도가 비례하고 그 이후부터는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IMF 기준 GDP가 1조 4,4495억 달러로 세계 13위, 1인당 GDP가 2만 8,739달러로 세계 29위나 되기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경제적 조건은 갖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소위 말하는 ‘비실용적 학문’인 인문·사회과학이다.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무한 경쟁의 기조 아래서 살면서, 삶의 목표와 의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정신적인 위로다. 이 위로는 첨단 과학의 산물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성찰로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실용적인 학문과 소위 말해 비실용적인 인문·사회과학 중 어느 하나를 더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나치게 인문학이 소외받는 현 상황에서는 인문학을 더 중시해야 그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양대학교는 공대나 상경계열 학과와 같은 실용적인 학문만을 다이아몬드학과로 지정해 특정 학과만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당장의 이윤을 위해 고분분투하는 근시안적 기업의 논리에 지나지 않으며 공적인 부분을 담당할 책임이 있는 대학이 추구할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물론 대학도 경제적인 성과나 실용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현 상황을 보면 과도하게 성과주의에 매몰돼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학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 다른 대학과는 달리 순수학문 계열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양대학교는 다이아몬드학과로 타 학교와 차별화를 두려는 전략보다 더 효과적으로 차별화 될 것임이 확실하다.
전예목<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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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수 2015-03-24 07:16:27
먼저, 정책학과와 행정학과는 상경계열이나 공과계열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학과의 운영이 너무 근시안적이라고 언급하는 데에서 근거가 너무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글의 주제는 '인문학에 더 관심을 갖자' 인 듯한데, 5번째 문단까지는 도입부로 밖에 보이지 않고요. 덧글이라서 제대로 못 적습니다만, 이런 글로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