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개혁의 한 가운데에 던져진 우리 학교
구조 개혁의 한 가운데에 던져진 우리 학교
  • 송유정 기자
  • 승인 2015.02.27
  • 호수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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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의 상대평가 전환, 모두의 양보와 이해 필요해

이번 2015학년도 1학기부터 우리 학교 학사제도가 개편된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 중 하나는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 모두 기존에 절대평가로 운영되던 수업 대부분을 상대평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학사팀은 지난달 4일 포털 수강신청 페이지를 통해 올해 1학기부터 새로 적용되는 성적 평가방법을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변경되는 성적 평가 방식
변경안에 따르면 △초청 강연 △캡스톤 디자인 △현장실습 교과목은 절대평가방식을 유지하는 대신 평점이 적용되지 않는 P?F 과목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ERICA캠퍼스 약학대학 일부 과목 △ROTC(군사학) 교과목 △서울캠퍼스 커리어 개발 I(기존 새내기 세미나) △학점교류교과목을 제외하고 기존에 절대평가로 운영되던 모든 과목이 상대평가로 전환된다.
상대평가 과목은 수업 특성에 따라 A학점과 B학점의 비율이 조정된 세 유형으로 나뉜다. 세 가지 유형에서 B학점의 비율은 40%로 동일하다. A학점의 경우만 상대평가 제 1유형은 30%, 제 2유형은 40%, 제 3유형은 50%로 비율이 다르다.
서울캠퍼스에서는 기존에 상대평가로 운영되어 온 기초필수, 기초택필, 교양강좌와 공과대학 전공과목들에 이전의 평가방식에 해당하는 제 1유형이 그대로 적용된다. 공과대학을 제외한 전 단과대의 전공과목과 전면 영어로 진행되는 영어전용 A수업은 A학점 40%, B학점 40%로 이루어지는 상대평가 제 2유형이 된다. 이전에 한국어와 혼용돼 이루어지던 영어전용 B수업은 2015년부터 운영되지 않는다. 수강인원 10명 미만의 과목과 교직 교과목, HELP 교과목은 A학점 50%, B학점 40%로 이루어진 상대평가 제 3유형을 적용받는다. 3학년 2학기에 신설된 커리어개발 II 과목도 상대평가 제 3유형에 포함된다.
ERICA캠퍼스에서는 서울캠퍼스와 달리 이미 2011학년도부터 전 단과대의 전공과목에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변화된 항목은 서울캠퍼스보다 적다. 상대평가 제 1유형에는 이미 상대평가가 이뤄졌던 과목들이 해당된다. 상대평가 제 2유형에는 실습강좌와 영어전용강좌가 포함되고, 상대평가 제 3유형의 경우 △교직 교과목 △수강신청 10명 미만의 과목 △취업관련 기초필수과목 △학연산?창업?학술정보관 관장 과목이 있다.
수업 특성에 따라 상대평가 유형을 나눈 것에 대해 조영숙<ERICA캠퍼스 교무처 학사팀> 팀장은 “하나의 기준을 전체 강좌에 똑같이 적용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학생들이 혼선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조 팀장은 “그러나 대학 구조 개혁은 학교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지시하는 필수 사항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유형을 통합시켜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전체를 위한 결정
조 팀장은 이번 학사제도 개편을 “우리 학교 전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대학 구조 개혁 평가의 ‘성적 분포 적절성’ 부분에서 전국 대학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학 구조 개혁은 학교의 존폐 문제와도 직결된다. 조 팀장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을 최소화 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당장은 본인의 성적에 관련한 내용이라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지만, 크게 보아 자신이 다니는 대학이 저평가 받는 것을 원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경희<ERICA캠퍼스 교무처 학사팀> 직원은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학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므로 학생들의 충분한 이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엇갈리는 교수진의 반응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교수들을 대상으로 상대평가 변경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대평가를 찬성하는 교수들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태도 증진 △학점 인플레이션 지양 △학점의 신뢰성 제고의 측면에서 개편안을 긍정했다.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한 교수는 상대평가를 통해서도 충분히 학생들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절대평가라는 이름으로 교수들에게 실력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학생들이 많아 성적을 매길 때 불편함을 느꼈다고 응답한 교수들도 있었다.
상대평가를 반대하는 의견으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학문에 대한 관심 저하 △개인 이기주의 야기 △불합리한 평가 방식 등이 있었다. 또 성적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라 말하며 교수 학습권의 침해를 주장한 교수도 있었다. 예술이나 실기 이론과목의 경우 상대평가가 어렵다는 의견과 더불어 교수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 교수는 평가방식 변경이 대학교육의 정상화라는 근본적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부 평가 대비를 위해 시행된 정책이기 때문에 본말이 전도된 경우라는 의견도 있었다.

학교와 대치하는 총학생회
지난 1월 30일에 있었던 학교 측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교육정책위원장 정명훈<인문대 국문학과 12> 군은 “그 동안 계속돼 온 학교 본부의 독단적 행정은 문제”라며 “일반 교수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전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진행된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ERICA캠퍼스 총학생회 역시 이번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이상근<공대 기계공학과 09> 군은 “상대평가로의 전환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며, 정부의 대학 구조 개혁 자체를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군은 “대학 구조 개혁은 대학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타 대학 총학생회와의 지속적인 의견 나눔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
이번 성적 평가 방식 변경에 대해 한 학생은 "상대평가는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라며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소위 '꿀강의'만 찾아다니며 학점을 따는 것은 진정한 배움이 아니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반면 한 학생은 "지나친 경쟁 심리로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만 나빠질 뿐"이라며 상대평가 전환을 반대했다. 절대평가가 학점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과목의 특성에 맞게 조정했다고는 하지만 절대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 있다”며 비판했다.
 

모두의 양보가 필요한 시점
대부분의 과목을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분분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서동호<ERICA캠퍼스 교무처 기초융합교육원> 팀장은 “정부가 계속해서 대학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모두의 이해와 타협이 필요한 상황임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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