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인생은 마라톤 경주
[교수칼럼]인생은 마라톤 경주
  • 황상재<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14.11.30
  • 호수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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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 중반까지만 해도 단풍이 떨어질 때가 되면 4학년 2학기 내 수업을 듣는 제자들이 하나 둘씩 취업을 해서 12월 초가 되면 취업이 안 된 소수 학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업은 거의 파장 분위기라 서둘러 종강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하지만 요즈음은 종강 마지막 날까지 취업을 못해 강의실을 지키는 학생이 대다수다.
제자들 부모 나이가 돼보니 제자들이 취업을 앞두고 느낄 좌절과 아픔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수많은 기업 입사시험에서 떨어져 당혹감과 함께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을 다수의 제자들에게 내 강의가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 있는 날이 많아지고 있는 가을날이다. 대학민국의 성장엔진이 점점 꺼져가고 있어 대졸 취업난이 앞으로 더욱 가중되리라 한다. 우리 과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언론사와 방송사들 상당수가 성장이 정체됐거나 심지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회복될 전망도 많지 않다. IMF 시절에도 성장을 했던 KBS, SBS, MBC 조차도 올해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사회 첫발부터 좌절을 맛보는 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슴 답답한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생각나는 P라는 친구가 있다. 대한민국이 평균 8-9%의 평균 고도성장을 하던 80년대 초, 고등학교 친한 친구들 모두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에 취업을 했지만 오직 그 친구만이 원하는 기업입사 시험에 모두 실패를 한 후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장은 이름도 없는 조그만 중소기업이었다. 한 달에 한번 소주 한잔 먹는 모임에서도 회비를 내지 못할 정도의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그 친구를 보면서 우리 모두 연민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사회 첫 걸음을 대기업 직원으로 순조롭게 출발을 한 친구들은 모두 궤도가 정해진 철로처럼 장삼이사의 직상생활을 마치고 은퇴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었던 친구 P는 비록 친구들과 비교할 때 보잘 것 없는 첫 직장이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직장생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고,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 본 회사 사장이 은퇴를 하면서 기업을 물려줘 지금은 동창회에 상당액을 기부할 정도로 성공하여 모두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 나이가 되 보니 나이가 주는 교훈 하나는 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길고도 긴 마라톤이라는 것이다. 초반에 남들보다 뒤처져도 긴 목표를 두고 성실하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 디디면 인생의 어느 길목에선 잘 나갔던 선두주자가 등 뒤에 보일 때가 오지만, 초반에 뒤처졌다고 주저하거나 웅크리면 영원한 낙오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 기업 저 기업 문을 두드리면서 겨울 날씨 보다 더 시린 가슴을 안고 돌아서는 제자들에게 위로랍시고 오랜 만에 친구 이야기를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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