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어울림
  • 한대신문
  • 승인 2014.11.24
  • 호수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청소년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적인 삶을 유보하고 있다. 청년들은 치열한 취업경쟁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들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한다. 나는 이 거대한 우주 안에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존재인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1등이 되려고 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게 되었다. 경쟁 속에서 이기려고 하다 보니,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결과가 정의로운 삶의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많은 아픔을 낳고 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에게 장애인 아들, 오에 히카리가 있었다. 히카리는 태어날 때, 뇌가 머리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수술에 성공하였지만, 아이는 정신지체자로 살아야 했고, 자폐증까지 앓았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어도 말하고 읽기 능력이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음악성이 탁월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들의 장애 부분을 도왔다. 공생이다. 히카리는 클래식 작곡가가 되었다. 주체가 꽃피었다. 히카리는 음반 두 장을 냈는데, 10만 장 이상이 팔렸다. 미국의 작가인 린즐리 캐머런이 히카리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빛의 음악”이라는 책을 내기도 하였다. 오에 겐자부로는 공생 속에서 주체가 꽃피어나는 것을 경험하였다. 

오에 겐자부로가 이야기하는 공생을 한국인들은 어울림이라고 불렀다. 어른과 어린이가 어울리지 못하면서 세대 차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스승과 제자가 어울리지 못하면서 학교가 아파하고 있다. 정치인과 시민이 어울리지 못하면서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다. 남한과 북한이 어울리지 못하면서 핵위기를 안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지 못하면서 지구가 몸살을 앓는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천, 지, 인’ 이 세 가지를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 하늘, 자연, 사람과의 어울림 속에서 주체가 꽃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단적 개인주의에 빠져 버린 인류는 하늘과 단절되면서 영성을 상실하였다. 자연과 단절되면서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사람과 단절되면서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하늘과 자연과 사람과의 어울림을 외면하고 극단적 개인주의를 지향할 것인가? 

지난 토요일(2014년 11월 8일), 우리 학교 본관 앞에서 사랑의 봉사단 주관으로 세아봉 김장 나누기 행사가 있었다. 교수, 교직원, 학생, 외국 유학생, 어머니 200여 명이 사랑을 나누는 어울림이었다. 학교와 성수종합복지관의 어울림이었다. 사랑을 실천하는 한양인들과 어려운 가정 600가구와의 어울림이었다. 거기에는 축제가 있었다. 기쁨이 있었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살지만, 어울림을 통하여 축제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