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 놈만 패!”
“난, 한 놈만 패!”
  • 전예목 기자, 이혜지 수습기자
  • 승인 2014.11.08
  • 호수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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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 폭격식 비만 치료법의 단점을 해결할, 원점 타격식 비만 치료법을 개발하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발견했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라부아지에보다 먼저 태어났다면 내 몸을 보고 반드시 먼저 발견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이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한순이! 그녀는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고 왜 몸무게는 요지부동인 것일까? 운동과 식이요법 말고 다른 방법을 찾던 찰나! 약물로 비만을 치료하는 비만치료제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부작용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인다. 그런데 우리학교에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한 비만치료법을 발견한 교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어떻게 해서 기존의 부작용들을 해소할 수 있었을까?

우선 비만(肥滿)의 학술적인 의미를 알아보자. 비만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원발성(原發性) 비만’과 ‘이차성(二次性) 비만’이 바로 그것인데 비만 인구의 대부분인 90% 이상의 사람이 원발성 비만에 속한다. 다른 내분비 질환이나 유전적·약제적 문제로 발생한 비만을 이차성 비만이라고 하고 사람이 섭취한 에너지의 총량과 행동으로 소비한 에너지의 불균형으로 비롯된 비만을 원발성 비만이라고 한다. 이때 원발성이란 다른 원인에 의해서 질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그 자체가 원인이라는 의미다. 김용희<공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복부지방의 비만으로 배가 나와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지속 됐을 때 만성질환 대사증후군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만이 유발하는 질병 중 하나인 대사증후군은 지방 및 당 대사 불균형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과도하게 지방이 많은 상태에서 소비가 되지 않으면 대사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혈관을 막고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게 되면서 고지혈증이 생기는 것이다.

 

 

 

기존 비만치료제의 종류와 문제점

비만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원리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식욕억제제’라 불리며 우리 몸속에 있는 식용 중추를 억제하는 약이다. 음식을 보면 식욕이 생기는 반응은 식욕 중추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그런 작용을 막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방분해효소억제제’로 소장에서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막는 약이다. 우리가 기름기 있는 성분을 먹으면 소장에서는 이를 흡수한 뒤 변으로 배출하는 작동원리가 있는데 이때 치료제가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기존 비만치료제의 문제점은 ‘항암치료제’가 작용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과 비슷한 특징을 띤다. 항암치료제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한다. 그 이유는 항암치료제는 원래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포 내 가장 분열 속도가 빠른 세포를 공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체 내 세포 분열 속도가 빠른 것 중 하나인 머리카락 세포도 공격한다. 암 투병 중인 환자의 머리카락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원래 목표가 돼야하는 세포는 복부에 기름기를 많이 먹고 저장하고 있는 비만지방세포이다. 하지만 기존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는 중추세포나 정상적으로 기름을 흡수하는 소장을 인위적으로 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부의 비만세포에만 직접적으로 약물이나 유전자가 전달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개념에서 항암제와 기존 비만치료제의 위험 발생 차원에서 유사점이 발견된다. 실제로 비만치료제였던 ‘리덕틸(시부트라민 성분 식욕억제제)’은 많은 부작용 탓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해 2010년 10월부터 국내 판매가 중단되었다.

김용희 교수의 약물전달시스템(DDS)를 이용한 비만치료법

-ATS-9와 shFABP4의 시너지효과를 이용하다

 

 

 

▲ 김용희<공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런 점에서 김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비만치료법은 획기적인 발견이다. 김 교수는 지방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부작용 없이 비만의 주범인 지방 제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이 치료법의 특징은) 유전자 시스템을 활용해 기름기를 먹은 지방세포만을 목표로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어서 기존 비만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적고 상용화에 유리하다”라고 자평했다.

김 교수의 비만 치료법은 ‘약물전달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 이하 DDS)’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고 크게 두 부분의 특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ATS-9R (Adipocyte Targeting Sequence-9-arginine)’라고 하는 ‘융합 올리고펩타이드(fusion oligopeptide)’이고, 다른 하나는 ‘shFABP4 (short-hairpin RNA for silencing ​fatty acid binding protein 4)’라고 하는 ‘RNA (ribonucleic acid)’이다.

먼저 DDS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옛날에는 약효가 있는 성분을 정확히 몰랐기에 불필요한 성분까지 포함해 여러 성분을 다 먹었다. 이후에 약 합성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1899년과 1950년에 합성약물인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이 만들어 졌다.

DDS는 이를 다 떠나서 병의 원인이 되는 곳에 선별적으로 약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DDS 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세포 안의 유전자-단백질이 어떤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어떤 유기적 결합을 통해 서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세포 내에 특정 유전자-단백질 네트워크가 망가지면 당뇨나 고혈압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즉 특정 네트워크의 기능의 조절로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요즘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바이오 의약이 각광받고 있고 미래의 (약물 치료법은 대부분 바이오 의약으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제 김 교수가 개발한 유전자 전달 시스템의 구조를 살펴보자. ‘ATS-9R’를 파악하려면 단백질의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ATS’와 ‘9R(9-arginine)’는 모두 단백질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아미노산(amino acid)이라고 하는데 이 아미노산 두 개가 결합된 것을 펩타이드(peptide)라고 한다. 펩타이드가 여러 개 있으면 올리고펩타이드(oligopeptide), 여기서 숫자가 더 많아지면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가 되고 가장 큰 단위를 단백질이라고 한다.

‘9R(9-arginine)’는 아미노산 중 아르기닌(arginine)이 9개가 결합된 것이다. 아르기닌이 필요한 이유는 DDS의 원리가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세포 안의 핵에게 직접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세포막의 전하는 음전하를 띠므로 세포막 안에 약물이 전달되려면 운반체의 전하가 양전하가 되어야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운반체가 세포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아미노산 중 양전하를 띠는 대표적인 아미노산이 바로 아르지닌인 것이다. 김 교수에 의하면 “아르기닌이 여러 개 있으면 양전하를 더 강하게 띠는데 9-아르지닌이 굉장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 9-아르기닌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 ⓵ATS-9R과 shFABPs의 정맥투여 ⓶지방조직 혈관의 프로히비틴의 결합 ⓷지방세포 표면의 프로히비틴에 결합 ⓸세포 안으로 이동 ⓹프로히비틴에 의해 핵으로 이동 ⓺A-FABP siRNA 발현 ⓻A-FABP 발현 억제 ⓼과지방 축적 억제

뿐만 아니라 9-아르기닌은 특정 유전자와 안정된 복합체 구조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 유전자도 세포막처럼 음전하를 띠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자와 운반체가 단단한 결합을 하게 도움으로써 세포막 투과 및 유전자 발현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운반체가 세포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만 갖추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9-아르기닌이 양전하를 띠고 모든 세포막은 음전하를 띠므로 모든 세포에 잘 들어간다는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일반세포까지 (운반체가) 들어가서 효율이 떨어져 치료제가 낭비돼 타겟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ATS이다. ATS는 펩타이드 일종으로 프로히비틴(prohibitin)이라는 단백질과 잘 붙는다는 특징이 있다. 프로히비틴은 정상세포가 기름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세포 표면에 많이 생긴다. 그러므로 9-아르기닌과 ATS이 결합되면 지방을 잔뜩 함유한 세포에만 운반체가 들어가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9-아르기닌이 유전자 약을 끌고 (지방세포로 가고) ATS가 프로히비틴과 결합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낸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shFABP4’에 대해 알아보자. shFABP4는 shRNA(short-hairpin RNA)의 일종인데 구조적 형태가 머리핀(hairpin)처럼 생겼다고 해서 shRNA라고 부른다. 이 shRNA는 세포질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공격해서 단백질이 궁극적으로 안 만들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우리 몸의 단백질은 DNA에서 전사(轉寫, transcription)를 거쳐 나온 RNA가 단백질이 합성되는 번역(translation)의 과정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따라서 지방 세포의 기름기를 많이 저장하는 단백질의 합성을 막아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FABP4(Fatty-Acid-Binding Protein4)이다. 그리고 이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는 RNA가 바로 shFABP4인 것이다.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RNA 간섭’이라고 칭한다. 김 교수는 “세포내 특정 단백질을 줄이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넣어서 질환을 억제 혹은 치료하고자 하는 연구/개발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이를 RNA 간섭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신약 현황은?

생명공학의 꽃은 글로벌 바이오 신약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에 매달리는 대신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한다.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신약이 20년 후에 특허가 만료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복제약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약을 바이오시밀러라고 하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고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이 똑같은 것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김 교수는 “미래 신약은 복제약이 아닌 남들이 안 한 것을 시도해야한다”면서 “신약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신약 개발도 하면서 바이오시밀러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므로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국가도 혁신 사업단과 같은 방법으로 지원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바로 금전적 이득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신약의 마케팅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모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수 천 억을 들여서 임상실험을 했는데 판매량이 0이었다, 이는 시장 개척을 못해 그렇다”라고 언급했다.

  도움: 김용희<공대 생명공학과> 교수

정민정<자연대 생명과학과 14>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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