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는 학교 개발
학생 없는 학교 개발
  • 한대신문
  • 승인 2014.10.26
  • 호수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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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 내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노천극장 개발이 다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학기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노천극장 개발에 대해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고자 전체 학생 투표를 하려 했으나, 학교의 구체적인 사안이 나오지 않아 2학기로 투표를 미뤄둔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계획이 구체적 수준까지 진행되었을 때 설명회 등의 방식으로 공개 하겠다”는 내용의 입장서를 내놓았다.

이에 서울캠퍼스 총학은 학교의 위 입장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합의문 이행에 대한 기획처의 정확한 입장을 밝힐 것 △캠퍼스개발 관련 내용을 구성원들과 어떻게 공유할지 구체적 계획을 밝힐 것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학은 지난 16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학교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과 노천극장 개발과 관련한 사안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캠퍼스 개발 계획을 명확히 발전시켜서 제시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상 학생들과의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학교 측의 입장처럼 모든 계획을 구체화한 후 발표하는 것은 완벽주의라기보다는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학생 사회에서도 아직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가 캠퍼스 개발안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은 일방적인 통보를 예고하는 것이다.

노천극장 개발 이후의 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생들의 입장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적어도 ‘캠퍼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대상에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는 한 캠퍼스에 대한 주권은 학생들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를 운영하는 자금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다. 충분히 하나의 주체가 분명함에도 개발 과정에서 학생들의 논의가 빠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학교 측이 총학에 전달한 입장서의 제목은 ‘캠퍼스 발전 계획과 관련된 기획처의 입장’이다. 이 제목에 등장하는 ‘캠퍼스 발전’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설령 학교 측의 개발로 인해 더 나은 문화생활의 기반이 마련되고 학교 재정에 흑자가 생기더라도, 학생들의 합의 없이 일궈낸 양적 성장은 캠퍼스의 발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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