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의 밤, 어디까지 겪어봤니
한양대의 밤, 어디까지 겪어봤니
  • 대학보도부
  • 승인 2014.10.26
  • 호수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이 모르는 밤의 세계는 여기에 있다

이번 대학보도부의 섹션 주제는 ‘한양대의 밤’입니다. 굳이 한양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넓게 봐서 우리 학교와 관련 있는 사람과 장소를 대상으로 밀착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취재에 참여한 기자는 시험 기간 하룻밤동안 학술정보관 자율위원이 되어 도서관을 순찰했고, 한 기자는 비슷한 시간대에 경비원과 함께 캠퍼스를 순찰했습니다.

주제를 한양대의 밤으로 정하긴 했으나 “우리 학교 학생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왕십리까지 취재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결국 취재의 대상이 된 곳은 한양 게임 센터! 서울캠퍼스 정문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죠. 여러분은 한양 게임 센터가 언제 생겼는지, 누가 운영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부 중

시험기간이 한창인 10월의 밤, ERICA캠퍼스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역시 도서관이다. 학생들의 열띤 공부 의지와 함께하기 위해 본지 기자가 자체 도서관 자율위원이 되었다. 자율위원은 현재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1, 2학년이 참여하는 제도다. 한 열람실에 한 명의 자율위원이 배치되며 일정 시간마다 본인이 맡은 열람실을 순찰한다.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그 정도가 심하다면 퇴실 조치를 내리는 역할도 맡는다. 본지 기자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학술정보관 2층에 위치한 제2열람실의 자율위원을 맡았다. 밤에 더 공부가 잘 돼 밤 늦게까지 남아 공부를 하는 한양 부엉이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오후 열시, 순찰을 돌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옆자리 한 커플의 애정행각을 발견했다. 분명 애정행각 금지라고 크게 공고에 파란색으로 써 놨건만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한 쌍의 남녀. 괜히 헛기침 소리를 몇 번 냈지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통에 결국 주의를 주려던 것을 멈추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순찰을 돌지 않아도 되는 자유 시간이라 열심히 공부에 임하던 중,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X마~블!” 이 소리는 분명 스마트폰 좀 만져 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게임의 시작 소리가 아닌가. 그 소리에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던 본지 기자도 저절로 핸드폰에 손이 갔다. ‘한판만 하고 꺼야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결국 클로버를 모두 쓰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돌아온 순찰 시간 중, “뽀옹-”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선가 이름 모를 사람의 방귀 냄새가 열람실 안을 가득 채웠다. 가을이라 열람실의 창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다. 기자는 눈물을 머금으며 코를 휴지로 막고 괜히 주변 순찰을 한 번 더 돌았다. 정말 실제 상황이다.

열한시 반 쯤. ‘타닥 타닥 타닥…’ 이것은 분명 노트북 자판에 덮개를 씌우지 않고 격하게 타자를 치는 소리다. 심지어 원래 열람실에서는 소지가 금지된 마우스까지 사용하시는 이분…. 조심스레 주의를 줬더니 화들짝 놀라시며 재차 사과를 하셔서 흐뭇하게 “괜찮습니다, 앞으로 주의하시면 되죠”하고 웃으며 순찰을 마무리했다.

한 시간쯤 지나 쉼터에서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학술정보관 2층에 위치한 쉼터는 ‘호박꽃’이라 불린다. 이름의 유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곳은 편의점과 자판기, 안락한 의자와 책상 등이 갖춰져 학생들이 이야기하면서 공부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는 공간이다. 기자 역시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내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이 재미나게 떠드는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워졌다. 자율위원의 자리란 이렇게 고독한 법이다.

원래 도서관 내에는 생수 이외의 음료 반입이 금지돼 있다. 가끔 다른 음료를 가져와 빼앗기고 경고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오늘 역시 순찰을 도는 중 그런 학생들이 많아 여러 번 주의를 주었다. 음료수를 열람실 내에 3회 이상 반입할 경우 도서관 출입을 금지당할 수도 있다. 일부 학생들은 녹차도 불가능한 것이냐며 약간 화를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의를 주는 즉시 음료수를 버리고 사과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갔던 여섯 시간여의 의무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한편으로는 피곤에 잔뜩 파묻혀있는 스스로를 보며 새벽 4시까지 잠도 자지 않고 이렇게 주어진 일을 하는 자율위원들이 대단해 보였다.

집에 가기 위해 가방을 싸며 잠깐 잊고 있던 내일의 시간표를 확인하니 9시에 수업 시작. 출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입구, 한양게임센터

학교의 빛이 차례차례 사라질 때, 왕십리는 점점 더 밝아진다. 수업이 끝난 학우들은 왕십리로 하나 둘 씩 모인다. 왕십리 번화가는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밤 시간을 보내는 주요 공간이다.

왕십리에 위치한 ‘한양게임센터’는 밤까지 전자 오락기 음악 소리와 학생들의 환호 소리로 시끄럽다. 이곳에선 남녀노소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밤에 놀 수 있는 건전한 장소로 자리매김한 ‘한양게임센터’를 오후 8시부터 새벽까지 관찰했다.

처음엔 하루 직원이 되어 일해 보겠다는 비장한 취지를 가지고 들어갔다. 게임에 푹 빠진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게 가장 안쪽까지 들어가서야 사무실이 나왔다. 1평이 채 되지 않는 협소한 공간이었다. 조심스레 문을 두들겼다.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끄러운 게임 소리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린다. 그제서야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의자에 앉은 채로 문을 살짝 열었다.

경계하는 눈초리다. 이에 굴하지 않고 취재의 목적을 설명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자신이 굉장히 바쁜 사람임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단칼에 거절했다. 정 하고 싶으면 사장이랑 하란다. 재빨리 사무실 안을 훑어본다. 여러 개의 CCTV 화면이 보인다. 그는 골프 방송을 보고 있다. 목이 늘어난 러닝셔츠와 청록색의 스판 팬티가 눈에 띈다. 계속 취재를 요청하자 그는 바쁘다며 나가라 했다.

입구 앞에는 펀치 기계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손으로 치는 것부터 발로 차는 펀치 기계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기계마다 내는 소리도 다르다. 펀치의 재미는 최고 기록을 깨는 것에 있다. 남학생들은 한데 둘러싸여 원을 그리고 한 사람씩 기계에 주먹을 날렸다.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3시간 동안 약 50명을 관찰한 결과, 몸집이 크면서 날갯죽지 근육의 스냅을 이용해야 900점 이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람 저 사람을 구경하며 하염없이 사장을 기다렸다. 2시간이 지났다.  춥다. 사장은 언제 오는가. 좋은 인상을 가진 아저씨가 자신을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다가왔다. 드디어 좁은 사무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고만철<한양게임센터> 사장이 이곳의 주인이다. 그는 지난 2000년 1월 27일 한양게임센터를 개업한 장본인이다.

계기는 간단했다. 2000년, 노래에 맞춰 발판을 밟는 펌프 게임이 붐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시선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후 고 사장은 14년간 별 탈 없이 센터를 운영 중이다.

게임센터에는 총 3명의 직원이 있다. 게임에 관심이 있고 테스트를 거쳐 선발돼야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 김기덕씨는 오후 시간대 근무자로 고장난 기계를 손보거나 CCTV를 통해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살핀다. 때로는 1평 남짓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나와 손님들이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며 대화를 하곤 한다. 사무실 안에서 김 씨는 100원 다섯 개를 500원으로 바꿔주는 일을 했다. 작은 단위로 거슬러 주는 기계는 있지만 큰 단위의 화폐로 동전을 바꿔주는 기계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코인 노래방 안, 혹은 ‘철권’이라는 싸움 기기 앞엔 혼자 찾아온 학생이 많았다. 자신만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 것이다. 건전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고 사장님은 스트레스를 풀 공간으로 한양게임센터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양대의 밤 그들이 지킨다

한양대의 밤이 안전한 이유는 이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지난 17일, 경비원을 만나기 위해 ERICA캠퍼스 통합상황실을 방문했다. 상황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를 한눈에 관찰하는 곳이다. 심희선<관재팀 통합상황실> 직원은 “상황실에서는 교내에 침입자가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맡는다”며 상황실의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심 직원을 따라 ERICA캠퍼스 제5공학관부터 디자인문화관까지 모든 건물의 출입문을 닫으러 출발했다. 심 직원은 “자동 경비체제가 적용된 상태지만 학생들이 문을 닫고 다니지 않아 외부인이 출입할 수도 있다”며 모든 건물의 문을 직접 닫았다. 

순찰 중 우연히 골프장의 주차장 주변에서 한 차량을 발견했다. 천천히 후진하는 차는 운전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심 직원은 차량 주인에게 다가가 운전 연습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차안에 있던 여성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심 직원은 “평일이나 주말에 교내에서 운전 연습을 하는 차량이 많다”며 “교내에서 운전 연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순찰은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순찰을 마친 후에는 상황실로 복귀해 혹시 모를 침입에 대비했다. 상황실 직원들은 CCTV를 살펴보기도 하고 비상전화를 기다리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김한영<관재팀 통합상황실> 직원과 함께 실험실 및 연구실의 야간사용 확인을 위해 순찰을 시작했다. 그는 모든 공학관의 연구실과 실험실이 포함된 많은 양의 야간 시간대 사용 일지를 작성했다. 김 직원은 “연구실과 실험실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학기엔 창업교육센터에 화재가 발생했었다.

오후 10시 30분에는 교내 풋살 경기장과 골프장 내 주차장 폐쇄를 위해 순찰했다. 골프장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주차장에는 차량 2대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된 차량은 움직이지 않다가 상황실 순찰차가 주차장을 들어가자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김 직원은 “야간 중에는 골프장이나 언정대 주변 주차장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는 차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쓸데없는 짓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 직원은 민망해하며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번에는 기숙사로 향했다. 많은 학생이 기숙사통금시간인 새벽 1시가 돼서도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심 직원과 인재 4관 경비원은 학생들에게 곧 문을 폐쇄할 것이라 말하며 학생들을 들여보냈다. 문을 닫은 지 5분 뒤 한 무리 학생들이 몰려왔다. 심 직원은 “공부하다가 늦게 온 학생들이라 문을 안 열어줄 수 없다”며 난처해했다. 심 직원은 출입 시간에 대해 주의를 주고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연이은 순찰로 인해 피로가 몰려왔다. 필자의 모습을 본 상황실 직원들은 “밤사이 기삿거리로 쓸 만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서 어떡하냐”며 걱정했다. 시험 기간을 앞둔 주말이라서 그런지 학교는 평화로웠다. 심 직원은 “학생은 운이 좋은 편”이라며 “여름철에는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술을 먹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새벽 2시쯤에는 심 직원과 함께 생태습지공원을 한 바퀴 걸으면서 순찰을 했다. 이후에는 약초원으로 향했다. 심 직원은 “생태습지공원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과 약초원에서 약초를 몰래 뽑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순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시각은 새벽 3시 30분이었다. 필자는 몰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그때 임종원 경비 반장님이 상황실을 방문했다. 임 경비 반장님은 피곤한 기색 없이 상황실 직원과 함께 근무일지를 정리했다. 꼼꼼하게 근무일지를 점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든든함이 느껴졌다.
상황실 근무자와 퇴근 전 마지막 순찰을 시작했다. 주차장을 천천히 돌며 차량을 점검했다. 심 직원은 “주차장에 폐기된 차량이나 렌터카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내 보안을 위해 함께 밤을 지새우는 동안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경비원의 밤은 어느 누구보다도 멋진 밤이었다.

송유정 기자 dbwjd2256@hanyang.ac.kr
이근녕 기자 dlrmssud@hanyang.ac.kr
최정윤 기자 susan0827@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