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의 밤, DMC에 가자
시험 기간의 밤, DMC에 가자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4.10.25
  • 호수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첫 발을 내딛은 두 축제 체험기

10월 셋째 주, 디지털미디어시티(이하 DMC)에서는 <DMC 단편영화 페스티벌>과 <딜리셔스 뮤직시티-치맥 카니발>이 열렸다. 같은 기간, 같은 공간에서 열린 두 행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올해 1회를 맞이하는 신생 페스티벌이다. 시험 기간이라 참석을 망설이는 학우들의 간접 경험을 위해 필자가 직접 이곳을 다녀왔다. 시험 기간에, DMC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문화생활을 한 어느 '밤'의 이야기다.

▲ '출발 그리고 성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DSFF의 포스터. 중간에 있는 주황색 부엉이가 마스코트 '아울이'이다.


아울이와 함께하는 단편영화 축제
DMC 단편영화 페스티벌(이하 DSFF)의 개·폐막식 및 영화 상영은 모두 DMC 지구 내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됐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상물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고,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도 방문할 수 있다. 굳이 영화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한 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사실 기자가 DSFF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주황색 부엉이 마스코트 ‘아울이’ 때문이었다. 주최 측은 밤을 새워서 작업에 몰두하는 영화인들을 부엉이에 비유해 ‘아울이’라는 마스코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개막식 당일, 트레일러 무비에 아울이가 등장할 때마다 탄성이 나올 만큼 반응도 좋았다.

모두 무료로 상영된 다른 섹션들과는 달리 개막식은 초대권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었다. 영상자료원 지하의 작은 상영관이었지만 레드카펫과 포토월, 리셉션도 화려하게 준비돼 있었다. 또한 개막식에 입장하기 전에 에코백과 더치커피, 아울이가 그려진 배지 등을 선물로 주었다.

개막식은 기타리스트 정선호씨의 경쾌한 축하공연과 함께 시작됐다. 공연자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도록 유도했고 아주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개막식이 진행됐다. 첫 영화제다 보니 미숙한 점도 있었다. DSFF의 주최 측 대표들이 함께 개막 선언을 외쳤지만 합이 맞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하는 등 귀여운 실수들이 있었다.

개막작은 정지원 감독의 <평범한 이야기>였다. 영화에 드러난 청춘의 고민이 ‘출발, 그리고 성장’이라는 표어와 잘 맞아 떨어져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13분의 짧은 상영시간이었지만 마치 친구가 이야기해주는 것 같이 친근해서 공감이 갔다. 미숙해서 오히려 더 사랑스러운 영화제였지만 앞으로 더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딜리셔스 따로, 뮤직시티 따로

▲ '치맥 카니발'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딜리셔스 뮤직시티'의 포스터이다.


치맥을 축제에 접목시킨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은 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치킨과 맥주가 무료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유료 서비스가 대부분이었고, 무료 맥주를 한 잔 받기 위한 신분증 검사만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고 한다. 또 ‘닭 위령제’와 같은 다소 황당한 행사 이외에는 딱히 참여할만한 이벤트가 없었다는 평이 있다.

딜리셔스 뮤직시티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다시 발견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소셜 커머스 등에서 티켓을 유료로 판매했기 때문에 혼잡하지 않았고, 여러가지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공연의 질도 좋았다. 하지만 홍보했던 바와 같이 도심에서 치맥과 공연, 이벤트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이벤트와 음식과 공연이 모두 따로 놀아서 치맥은 거든다는 느낌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페스티벌의 공간 활용에서 비롯됐다. 안내 데스크, 이벤트 참여 부스, 치맥을 먹을 수 있는 장소 등은 야외에 있었고 공연장은 실내에 있었다. 심지어 CJ E&M 빌딩 로비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이었다. 이런 공간 활용 때문에 CJ 사내축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실제로 퇴근길에 잠깐 들른 듯한 SNL 작가 유병재씨와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장 내부에서 음식 섭취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스탠딩 공연의 특성상 여러 사람과 밀착해 있기 때문에 공연을 즐기며 치맥을 먹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더 비싼 티켓을 구매해야 입장할 수 있는 테이블 존에서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의 공연 실황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만 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J의 풍부한 계열사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여러 가지 상품을 제공했던 점, 공연 진행이 원활했던 점 등은 좋았다. 특히 무대와 관객석이 가까워 공연을 즐기기 좋았다. 다만 라인업 중 좋아하는 뮤지션이 한 팀이라도 있다면 이득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뿐이라면 1만9천 원 이상의 티켓 비용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