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퀴어?
하이 퀴어?
  • 한대신문
  • 승인 2014.10.05
  • 호수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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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기간 경제금융대학 건물 앞과 사회과학관 건물 앞을 지나다 보면 눈길을 잡아끄는 현수막이 있었다. ‘하이 퀴어(Hy-queer)’라는 성소수자 모임 모집 광고가 그것이다. ‘queer’라는 뜻의 사전적 정의는 ‘기묘한’, ‘메스꺼운’, ‘(일반적으로 남성) 동성애의’다. 이 용어는 동성애자가 자조적으로 자신을 가리키기 위해 쓰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동성애자를 가리킬 때 쓰일 경우에는 듣기에 따라서 다소 경멸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현수막 광고를 살펴보면 “성 소수자들을 위한 핫 플레이스”, “멋진 남성들이 많은 곳”, “이곳에 오시면 마음이 편해집니다”와 같은 다소 자극적이고 자신들을 희화화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하이 퀴어는 1990년 초 설립돼 운영된 역사를 가진 동아리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성 소수자 전체를 가볍게 비출 우려가 있는 현수막 글을 게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조사에 따르면 성적 소수자 20명 중 1명 정도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공공연히 표출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많은 수의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표면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성적소수자 기구가 자신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신들의 부주의한 말과 행동 하나가 나머지 19명의 소수자의 정체성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약회사에 다니는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중 한 부서장이 “우리 같은 ‘약쟁이’가 돈이 얼마나 있다고…”라고 농담조로 말한 적이 있다. 이때 다른 부하 직원의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었다. 어떤 집단의 대표가 자신 스스로를 어떤 이미지로 규정하면, 다른 구성원들 전체도 그 규정된 이미지에 대입된다. 일례로 우리나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투표를 선출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입장에 서는 사람들이다. 이 직업군의 사람들이 공식 석상에서 사소한 언행까지도 신경 쓰는 이유다.

우리 학교 내에는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기구가 많지 않다. 최근 중앙특별위원회로 인준 받은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와 성소수자 모임인 ‘하이 퀴어’ 정도가 전부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이 맡은 책무의 중요성을 스스로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자신들을 웃음의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개방적인 사고를 어필하고자한 그들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이 한양대 내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좀 더 정제된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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