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또 다른 이름, 가위눌림
공포의 또 다른 이름, 가위눌림
  • 송유정 기자
  • 승인 2014.10.04
  • 호수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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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직접 경험하든 그렇지 않았든 누구나 ‘가위눌림’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잠깐 궁금증을 가지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진짜로 종이를 자르는 가위에 눌리는 경험이 아닌데 왜 하필 ‘가위눌림’ 일까? 이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뜻밖에도 중세 시대 훈민정음이 창제된 직후 문헌에서부터 가위눌림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가오누가다’, ‘가오누르다’, ‘가오눌이다’ 등 능동형과 피동형 모두가 「월인석보」나 「능엄경언해」, 「법화경언해」 등의 중세 문헌에 등장한다. 가장 결정적인 표현으로「월인석보」서는 ‘염귀는 가오 누르가 귀신이니’라는 표현이, 「능엄경언해」에는 ‘염은 가오 누르가 귓거시라’ 라는 구절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가위눌림은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수면 중에 우리 몸을 눌러 꼼짝 못하게 되는 경험을 지칭하는 단어로 예전부터 전승돼 온 것이다. 따라서 ‘가위’라는 단어는 그 유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단어가 나타난다. 가위눌릴 염(가)자는 누를 압의 흙 토(土) 변을 귀신 귀(鬼)로 바꾼 한자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귀신이 누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일본에는 우리의 가위눌림을 지칭하는 단어로 ‘금박(金縛リ)’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쇠와 같은 단단한 물체로 꽁꽁 묶는다를 뜻하는 말이다.

옛날에는 이런 가위눌림이 기가 약한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믿었다. 현재도 퇴마사나 무속 신앙에서는 가위눌림이 ‘잠재돼 있는 영혼이 사람 몸에 들어가려고 하는 현상과 외부의 영혼들이 사람 몸에 올라타서 움직이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혼이란 심령, 즉 귀신을 말한다. 무속 신앙에서 가위 누르는 귀신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람의 혈관을 타고 다니기도 하고 신체의 머리나 어깨 위에 올라타서 놀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적 측면에서 가위눌림은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물체와 엮어서 설명하기보다 잠을 자다가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초자연적 주체의 측면은 희석되고 수면 중에 겪는 기이한 경험으로 의미가 축소된 것이다. 또 가위눌림을 의학적 측면이나 정신적 질환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가위눌림을 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사람의 수면 단계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수면 단계 중 가장 첫 단계인 REM수면에서는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보통 꿈은 이때 꾸게 되는데, 가위눌림 역시 꿈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 때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뇌는 활성화됐는데 근육은 활성화 되지 않아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전문적 용어로 ‘수면마비’라고 한다.

가위눌림을 정신적 질환으로 분석해보면 불안 유발 정신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가위눌림은 보통 기면증이나 여타 다른 수면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김신영<이음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면 부족이나 불규칙적인 수면 습관, 스트레스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의학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에서 가위눌림은 뇌의 각성 상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환청이나 환각이 동반되는 것이지, 실제로 귀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가위 눌림’ 이라는 단어를 귀신과 함께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가위에 눌렸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귀신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가위에 눌리는 것을 공포스럽게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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