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잊혀짐을 선고받다
한복, 잊혀짐을 선고받다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4.09.29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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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위한 노력

지난 9월 8일 한순이는 추석을 맞이해 차를 타고 친척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평화롭게 차에서 자고 있던 한순이는 불현듯 일본 여행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거리에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절에도 아무도 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순이는 왜 우리나라는 특별한 날에도 한복을 입지 않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벼랑 끝에 선 한복
통계청의 사업체 기초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현재 한복점 수는 4천 5백 개며 대부분 경영 상태가 열악하다. 관련 업계는 국내 한복 시장 규모를 지난해 기준 1조 3천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섬유, 원단을 제외하면 도·소매 한복제품 시장은 약 7천억 원 수준인데, 지난해 국내 전체 패션시장 규모의 2%에 그친다.

동시에 한복 구매 형태가 맞춤 구매에서 대여로 비중이 이동하고 있다. 논문<한복진흥을 위한 기초실태조사>을 보면 ‘2000년대에 이르러 한복제작업체와 한복원단업체는 설립 비율이 크게 감소한 반면 한복대여업체의 경우는 24.4%가 증가했다’라고 말한다. 김명옥<한복의 명가궁> 대표는 “결혼식과 같은 행사가 있는 분들만 한복을 맞춘다”며 “고급 대여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예슬<신문방송학과 13> 양은 “한복은 예쁘지만, 한복을 입는 행사가 적어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연희<생활대 의류학과> 교수는 “한복을 입을 기회가 되는 날이 거의 없다”며 “과거에는 교수님들도 입학식?졸업식이 되면 한복을 입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한복과 기모노 그 사이
사실 한복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의 전통 의상은 대부분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한복은 일본의 기모노나 베트남의 아오자이, 중국의 치파오 등 아시아권의 전통 의상과 비교하면 생활 속 의상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정 연휴, 불꽃놀이, 축제 등에서도 기모노를 착용한다. 또한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 등에도 간소화된 기모노를 입고 나간다.

일본에는 지난 2006년 ‘기모노 문화검정’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도 ‘한복산업기사’라는 검정시험이 있지만 ‘기모노 문화검정’이 입는 사람의 시점에서 역사와 유래, 보관, 입는 방법 등이 주라면 ‘한복산업기사’는 단순히 한복을 만드는 작업 수행을 하는 기능인을 양성하는 측면이 강하다.
또한 기모노는 오비(허리띠)를 묶는 방법만 300가지가 넘어서 혼자서는 절대로 입을 수 없는 옷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전통 의복을 입혀주는 장인도 있다. 이 교수는 “일본에 갔을 때 장인이 기모노를 보물처럼 여기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우리는 더 좋은 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런 자세가 없다”고 말했다.

▲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복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 퍼레이드는 한획, 손짱디자인한복, 청춘사진관이 함께 했다. 이 미지 출처: 청춘사진관 사진 제공

한복의 대중화를 위한 움직임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국회에서 매월 첫째 토요일에 한복의 날 지정을 추진하고 한복진흥센터를 법인으로 설립했다. 한복을 착용한 사람이 공공시설을 이용할 경우, 입장료?관람료 등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에서는 한복리폼 및 구입을 원하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장롱한복 변신 프로젝트’를 추진해 한복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노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학생 주도로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해마다 9~10월에 ‘한복데이’가 열린다. 전주에서만 시작되었던 이 행사는 올해 전주, 울산, 부산, 대구, 대전 총 5개의 도시로 확산됐다.

우리의 멋을 재발견하고 알림으로써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대학생 연합체 ‘한획(한문화에 획을 긋다)’에서는 첫 프로젝트로 한복 퍼레이드를 개최하기도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문화를 대표하는 한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한복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청년들도 있다. 황이슬<손짱디자인한복> 대표는 일상생활에서도 한복을 입을 수 있게 한복과 스트릿 패션의 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8월 8일 서울 홍대에서 한복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0년 홍익대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있던 박새롬 양은 한복을 입고 유럽 여행한 이야기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채 유럽 10개국을 여행하며 외국인 100명과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복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의 전통에 대한 인식이다. 이 교수는 “전통에 대한 개념이 확고하지 않고, 전통에 대한 생각도 없으며, ‘전통 계승을 우리가 왜 해’라는 생각 자체도 문제”라며 청년들의 인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전통에 대한 확실한 인식 △전통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대우 △전통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진정성(전통에 대한 소중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대중화를 위한 방법으로 미디어에 나오는 스타들을 활용하는 것을 제시하여 “공연이나 행사에서 스타들에게 한복을 입히면 이를 통한 대중화가 쉽다.”고 전했다.

장예림 기자 eeeeeeej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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