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천천히 가라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
  • 한대신문
  • 승인 2014.09.29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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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다. 총학은 26일 중앙일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을 줄 세우는 언론, 맹목적으로 줄 서는 대학, 뿌리 깊은 학벌 지상주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앞서 고려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총학의 입장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고, 학생들에게는 기자회견 이전에 의사 결정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총학의 거부 입장에는 동감하지만 아무런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던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대학서열화 조장 △영어전용강의로 평가되는 국제화 점수 등 대학평가의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에서 매기는 국제화 점수와 관련한  영어전용 강의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1402호 ‘평가와 정책에 길 잃은 영어전용강의’) 또한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를 비판하는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1391호 ‘대학 평가,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그러나 총학의 입장 표명은 성급한 결정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정작 학생들과 아무런 의사소통 없이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결코 학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번 대학순위평가 거부가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킨 사안인 만큼, 총학이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최소한 총학의 의견이 학생 전체를 대표할 당위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절차다.

이미 고려대 총학생회의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 것처럼 이번 사안에 대해 학생들도 생각하는 바가 다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 수렴은 학생들의 반발심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전에도 총학이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집행에 문제가 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서울캠퍼스 총학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노천극장 개발 반대 운동을 진행해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의도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진행 방식 때문에 잡음이 일었던 전례다.

다음 달 11일에 서울캠퍼스에서 대학순위 평가와 서열화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학생들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기에 충분한 자리가 아닐까 싶다. 학생의 의견은 대학 사회에서,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이다. 축제를 신나게 즐겼다면 이젠 현실로 돌아와 대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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